구룡동 인근 7백여평, 생강 심어-
‘장애인’이라는 말은 싫다며 시각장애인보다 맹인으로 불러달라는 이들이 올해 천안에서 농사를 짓는다.
서울 부름의 전화(대장 김정희) 회원 43명은 14일(일) 차 3대로 천안을 방문했다. 이들이 찾아간 곳은 구룡동 화물터미널 인근 산기슭.
독립의지가 강한 이들 맹인들은 임대로 얻은 7백여평의 밭두렁에 생강을 열심히 심었다. 도움이라고는 구룡동 사랑의 집(원장 윤경순·장애자의 집) 식구들이 밭두렁을 일궈준 것 뿐. 이들은 이날 너무 열심히 일해서 내심 이틀로 잡았던 일을 뚝딱 해치우고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왜 이렇게 일을 잘 하나’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들은 “농사를 지어본 경력자”라고 대꾸한다. 2년전 이들 부름의 전화 회원들은 사랑의 집 도움으로 처음 농사를 지었다. 당시만 해도 반신반의하던 맹인들은 수확철이 되어 감자, 생강, 땅콩 등 풍작을 거두자 신바람이 났다. 그리고 농사짓는 일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하면 된다”는 마음이 이들 속에 싹튼 것이다.
맹인들은 다음에는 생강을 심고 남은 땅에 고구마도 심을 예정이다. 지난번 직접 심고 기르고 수확한 작물을 회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준 후 이들은 그런 기쁨이 세상에 없었다고 좋아했었다.
이번에 다시 농사를 짓는다고 하자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랑의 집 사람들. 이곳 윤경순 원장은 “부름의 전화 맹인 회원들이 농사를 짓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격려를 주고 있는 것 같다”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이제 맹인들은 천안의 농사꾼으로 불러도 손색없는 사람들이 됐다. 올해도 주변의 격려속에 이들 농사가 대풍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