뇟갹캡炷舅 위한다면 식목일을 없애는 게 상책입니다.”
10일(수) 모 동장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기자에게 그같이 말하고 지역사회에 화두로 던져 한번쯤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피력했다. 그런 말을 던질 만도 하겠다 싶다. 기자도 이번 식목일에는 그같은 고민속에 빠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매년 식목일에는 산불로 인해 관내의 이름있는 산들을 잃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면의 산을 잃었지만 올해에는 광덕산 일대(무학산)와 세성산을 잃었다. 이름없는 산까지 합친다면 한참을 열거해야 할 정도다.
일반 시민들도 속상한데 시 산림과의 산불담당자인 이응규씨는 이번 산불로 인해 아예 속이 타버렸다. 산림을 잃은 것도 섭섭한데 산불로 인한 고생은 접어두더라도 “당신은 이 지경이 되도록 뭘 했느냐”며 핀잔하는 사람들로 아직도 한창 나이에 주름살만 늘었다.
“산불예방은 아무리 철저해도 빈틈이 있게 마련입니다. 불이 난 것은 정해져 있는 나야 될 불인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렇더라도 아쉬운 건 그것이 ‘인재(人災)’라는 겁니다. 막으려면 막을 수 있다는 뜻인 거죠. 그래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씨는 이번 식목일에 5건의 산불을 접했다. 산불지역을 한바퀴 돌기도 바빴다. 바람도 거셌으며 전국적인 산불로 헬기 등의 실제적인 지원이 열악해 상태를 악화시켰다. 이날 새벽 3시가 넘도록 잔불까지 뒤적이며 온몸이 숯검뎅이가 되었으나 알아주는 이는 옆 동료직원들 뿐.
산불이 진화되자마자 이씨는 갖가지 기사들로 또다시 곤욕을 치뤘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해명이 되는 내용들이 온갖 의혹, 추측기사들로 도배돼 산불끄기보다 더 힘든 ‘기사끄기’에 바쁜 시간을 쪼갰다. 도에서도 10일(수) 감사가 내려와 이틀동안 시달렸다.
이응규씨는 산불의 담당자인 책임으로 계면쩍어 하면서도 기자에게 한마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인재로 인한 산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주민 각자의 의식으로만 가능합니다. 산에 와서는 절대 불을 켜지 말라는 것. 또한 실수로 불이 붙었을 때 당황치 말고 신고할 것. 그리고 가급적 주변의 모든 주민이 산불발생시 초동진화에 적극 협력할 때 우리의 귀중한 산림을 보전할 수 있을 겁니다.”
올 초부터 산불담당을 맡은 이씨는 지독한 열병을 앓은 환자처럼 한동안 이번 산불을 잊지 못할 것이다. 식목일을 위한다면 식목일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