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중심에 서있는 쌍용동(좌)과 소외지역이라는 불만을 내비치며 개발을 희망하는 원성동(우)
동서간 지역 균형발전문제-
서부는 있고 동부는 없다?-천안의 서부라 함은 흔히 쌍용동을 기점으로 성정동, 봉명동, 신용동, 신안동 지역을 총칭한다. 이들 지역들은 대부분 도시계획에 의해 짜임새(?) 있는 발전을 이루고 있는데, 우선 사람이 많다는 것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서부엔 사람 외에도 그들이 사는 아파트와 금융기관이 많으며 각종 음식점과 유흥·향락업소로 낮보다 오히려 밤이 화려한 지역으로 변모, 발전해 오고 있다. 또 차가 많고 대형 쇼핑물이 많으며 다양한 상거래가 이뤄지는 곳이다.
반면 동부 6개 읍·면과 더불어 현 시청을 중심으로 원성동, 청룡동 그리고 중앙동, 문성동까지로 볼 수 있는 동부지역은 10여개의 재래시장과 넓은 농촌들녘 외에 딱히 많다는 자랑거리가 없다.
천안시를 얘기할 때 혹자는 있고 없음에 따라 북부 4개 읍·면을 포함한 서부(서북부)지역을 발전지역으로, 남부 2개면을 포함한 동부(동남부)지역을 소외지역으로 말하기도 한다.
있고 없고가 결코 발전과 소외를 대변할 수는 없다. 있어도 없느니만 못한 것이 있는가 하면 없어서 좋은 것도 많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유(有)·무(無)에 따라 인간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는 할 수 없는 것.
‘발전’을 사전적 의미로 정의하면 ‘①세력 따위가 성하게 뻗어나감. ②어떤 상태가 보다 좋은 상태로 되어 감. ③어떤 일이 낮은 단계에서 보다 높거나 복잡한 단계로 나아감’을 뜻한다. 즉 발전이라는 용어는 좀더 높고 크게 성장함을 의미하며, 그러나 좋은 상태로의 나아감을 말한다.
개발이 모두의 발전은 아니다
쌍용동은 원성동이나 청룡동보다는 성하게 뻗어나갔지만 발전, 다시말해 좋은 상태로만 성장했다고는 볼 수 없다. 쌍용동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활기를 띠고 있지만 갖가지 문제점을 함께 갖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주차장 부족 등의 교통여건이 열악하며 뛰어놀 만한 공간이 부족해 도로로 나오는 아이들의 교통사고 위험도 상당히 심각하다.
차량통행이 많다 보니 교통사고뿐만 아니라 대기오염이나 소음, 불법 주·정차 문제가 발생하고, 사람들이 들끓다 보니 그 통에 노점상들이 거리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
낮보다는 밤거리가 더욱 불안하다. 유흥업소들이 많다 보니 늦은 밤, 술에 취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지며 목불인견(目不忍見)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곳.
교육문제는 이 지역의 빼놓을 수 없는 현안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쌍용동은 교육의 질적 여건은 고사하고 학생들을 받아줄 학교조차 없어 부모들의 근심이 크다. 또 영화관 하나 변변히 없는 것도 서부지역의 현주소.
이런 면에서는 적어도 삶의 질이 나은 원성동과 청룡동은 낮과 밤의 생활상이 조용한 편이다. 많지 않은 단층상가와 행인들이 간간이 지나가는 정도의 한적한 이곳은 오히려 도심지 주거환경으로 적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급속한 개발을 통해 발전을 이룩했지만 그들의 삶의 질까지 충족시키진 못한 서부지역. 일각에서는 개발이 개발로서만 끝나는 현 단계의 미숙함을 보완해 실질적인 발전이 되기 위해선 시민들의 문화적·환경적·공간적 편의가 충분히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대 도시-
시민들이 말하는 발전지역과 소외지역?
발전이라는 개념의 ‘단순화’ 척도는 먼저 지가상승을 든다. 사람들은 땅값이 얼마나 많이 올랐는가에 따라 개발의 강도를 측정한다. 이와 더불어 몇만원하던 논밭이 몇십만원으로 뛰고 이후 몇백만원으로 오르는 것은 개발로부터 얻어지는 환상적인 이익이다.
지가상승과는 달리 사람들은 시각적인 비교개념을 들이대기도 한다. 높은 건물이 얼마나 많으며,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왕래하는가를 놓고 발전의 개념을 설명한다. 결코 삶의 질을 우선순위로 따지지 않는다.
시내권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처녀지로서의 지역이라면 문성동과 중앙동, 청룡동과 원성동으로 얘기한다. 이곳은 모두 개발에 소외돼 있는 지역으로, 문성동과 중앙동은 10여개의 재래시장이 침체돼 있어 상인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으며 원성동, 청룡동 또한 낙후된 주거지역으로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왜곡된 불균형, 삶의 질과는 상관없어
도·농이 복합된 현재의 청룡동은 말만 ‘동’이지 오히려 농촌의 열악한 모습을 담고 있는 형편. 그러나 정완식 청룡동장은 올 초 청룡동을 ‘개발잠재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평가한 바 있다. 정 동장이 보는 앞으로의 청룡동은 무한히 아름다운 곳이다.
“서부지역의 개발이 더 이상 진척될 곳이 없는 실정에서 앞으로 시 행정의 개발 우선지역은 바로 청룡동이 될 겁니다.” 이를 증명해 주듯 불당동 택지개발이 완료되는 내년 말 이후로 시는 다음 택지개발지역을 ‘청수지구’로 보고 있다. 시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용역을 발주한 결과 용곡, 신방, 목천, 병천지구를 제치고 1순위로 청수지구가 선택됐다. 시 경영개발사업소의 손준헌 과장은 “용역결과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를 거친 후 확정하게 된다”고 전했다.
용역결과대로 청수지구가 다음 택지개발지로 확정되면 그곳엔 각 공공기관이 행정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종합행정타운 조성도 점쳐진다.
동 내에 택지개발과 더불어 영상산업단지와 박물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청룡동은 이제 가만히 두어도 발전할 곳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개발이라는 불 한번 붙으면 순식간에 번져들어갈 것”이라며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 중심의 철학에 근거한 도시개발이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 청룡주민들의 바라는 기대이다.
원성동은 이같은 청룡동에 비해 좀 다르다. 도심중심에 인접해 있는 일반 주거지역 형태의 원성동은 주로 보수적 성향의 중·상류층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의 집들이 20여년 가까운 ‘낙후된’ 건물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성동의 일부 주민들은 예전부터 주거지역을 상업지구로 변경해달라 요구해 오고 있으나 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단지 몇몇 주택 등이 조합을 결성, 신축건물을 올리는 것을 검토중에 있다. 이근영 시장도 “이곳 원성동은 두세곳만 자체 조합을 결성, 주민들에게 필요한 건물이 조성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중앙동과 문성동은 재래시장의 침체로 도심의 중심이 푹 꺼진 상태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같지도 않고, 불야성을 이뤄야 할 초저녁엔 오히려 상인들이 문을 닫고 마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사람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 온 반면 재래시장은 변화에 무심했으며, 이를 관리?감독하는 행정 또한 방관해온 것을 들 수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재래시장 선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특히 28억원을 들여 사직동 왕신프라자 앞 1천6백84㎡의 부지를 매입, 주차장 시설로 추진중에 있다.
“재래시장이 살면 공동화도 없어진다”는 김영문 전 재래시장회장단 대표는 재래시장 살리기가 곧 중앙동과 문성동의 발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보고 있다.
도시대 농촌-불만을 부추기는 건 도시와의 상대적 박탈감
천안 도심에 현대화의 바람이 불면서 ‘상대적인’ 소외지역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개발 자체가 가져다 주는 물질적 이익은 상당한 매력을 주며 주민들의 마음을 부추기고 있다.
농촌도 이런 소외감에서 예외는 아니다. 도시와 농촌이 복합된 이중행정을 이끌어야 하는 천안시는 이같은 이분법적 행정을 소화해내기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게다가 농촌의 침체는 전국적인 현상. 어디 한 군데 낮다 싶은 곳이 없을 정도로 전체적 딜레마에 빠져 있는 농촌문제는 오히려 도심과 한식구 개념에서 95년 통합,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시 행정에 불만의 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농촌에서 바라보는 도심은 그야말로 부러움이다. 차고 넘치는 인파속에 활발한 상행위, 게다가 밤이면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하며 술취한 사람들로 흥청망청거리는 도심거리는 더욱 확실한 박탈감을 일으켜주고 있다.
천안시내권을 벗어나면 바로 농촌들녘. 주로 논농사에 의존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삶의 활로를 개척하며 다양한 특화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천안의 농촌은 입장 거봉포도와 성환 배 등의 전국적인 특산물이 받쳐주고 있어 그나마 나은 북부지역 외에 동?남부 지역은 항상 “뼈빠지게 일만하고 배고픈” 자의 불만이 서려 있다.
농촌개발은 농사개발 통한 부농 꿈꾸는 것
천안시도 이같은 소외감을 알기에 그동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선2기가 들어선 98년, 이근영 시장은 시정 1백대 과제를 선정, 그중 농촌 소득증대분야에 14건을 할애했다. 각종 농업기반을 조성하고 2백㎞에 달하는 농촌도로 개량, 상토와 공동못자리를 설치했다. 또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주택개량, 정주권 개발, 생활용수 개발 등 살기좋은 농촌건설을 위해 다양한 시책들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런 시책들은 결국 간접지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적 식견이다.
부농을 이루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몇가지만 언급한다면 먼저 쌀농사만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것. 도시경제의 경쟁력이 치열하듯 농사에도 적극적인 모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엔 특화작물로 승부를 띄워 3년만에 안정된 부농을 이룬 농민들이 꽤 많아졌다. 논농사의 몇배 수익을 보장받는 특이작물에 도전, 성공을 일궈낸 것이다.
성환읍에 사는 이종우씨는 쌀농사로도 아이템을 개발, 개인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성환 들녘 6만여평을 재배, ‘해드림쌀’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판매에 도전해 성공했다. 여기엔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방앗간 도정을 거쳐 신속히 배달해주는 전국 택배 체계를 갖췄으며 여러 양념거리를 섞어 소비자 기호를 자극했던 것. 재배한 물량보다 더 많은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는 이종우씨는 “도전하기 나름”이라며 농촌문제 해결은 농민 스스로의 의지에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시도 좀 더 적극적인 행정으로 농촌문제를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농산물이 언제 어떻게 출하하는지 대다수의 시민들이 모른채 여러 경로를 거쳐 온 국내?외 농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신선함도 당연 떨어진다.
시민들은 상호 신뢰를 통한 직거래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민들은 저렴한 가격, 신선한 농산물, 우리지역의 농촌을 도울 수 있다는 향토애 등 일석삼조의 직거래에 상당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누가 이 일을 중재하고 활성화시킬 것인가. 농민들과 시민들이 서로가 바라는 이 일에 시 행정에서 나설 뜻은 없는 것인지. 물론 원성1동처럼 소규모 농산물에 대해 직거래 장터를 열어 사고파는 모습을 볼 수는 있지만, 좀더 천안시 전체를 놓고 하는 직거래 시장 형성이 농촌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농촌이 일한 만큼의 소득만 보장된다면 도시민의 귀농현상이 증가할 것이다.
영화 전문가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들 한다. 이같은 말은 농촌을 가장 농촌답게 만드는 일이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 어려운 농촌이라 해서 도시처럼 ‘개발’이라는 입김을 불어 살길을 도모한다면 비록 도시가 되는 데는 성공할 지 몰라도 농촌이라는 자체는 깡그리 사라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