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의 출마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본지는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유도하기 위해 ‘선거의제보도’를 기획했다.
3주에 걸쳐 2개의 주제씩 게재되는 ‘선거의제보도’에서는 특히 시장 출마 후보자들이 관심 쏟아야 될 지역 현안을 해결점 모색과 함께 싣는다.
‘선거의제보도’가 끝난 뒤에는 보도에서 도출된 의제를 중심으로 후보자에게 질의서를 발송한다. 후보자 답변서는 분석과 함께 5월중에 게재, 독자들의 후보자 선택 판단을 돕는다. <편집자주>
◆길거리에 버려지는 돈!돈!돈!-불법주차천국 오명, 주차공간 8만면 부족
“딴 인심은 모르겠지만 주차인심만은 후한 곳.”
천안시의 교통문제, 특히 주차문제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예전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개선됐지만 아직도 천안의 교통은 심각한 상황. 30개의 조사대상 도시중 하위권을 차지한 2001년 교통문화지수 결과만 봐도 그 형편을 짐작케 한다. ‘불법주차와 도로 무단횡단은 전국최고’라는 수식어를 어렵지 않게 획득한 것이다.
천안은 고속도로와 철도, 국도 등이 연결된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이면서, 오히려 고질적인 교통문제를 안고 있다. 경부선과 장항선 철도가 남북과 동서방향으로 도심지를 관통함으로써 기형적 도시구조를 낳은 것은 교통문제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천안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를 보면 이미 13만대(2001년 12월 기준)를 넘어섰다. 15년 전인 86년도에 고작 6천대에 머물렀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주차면수도 2천면에 불과하던 것이 5만면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수치를 관찰해 보면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86년도엔 6천대의 차량에 주차면수 2천면으로, 4천면이 부족했던 반면 2001년 말엔 13만대에 주차면수 5만면으로 8만면의 주차공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게다가 각종 고층빌딩이나 상가 등이 시나브로 상전벽해를 이루며 도심지의 여유공간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는 주차전쟁, 일방통행길 인기
“말도 마십시오. 별의별 방법들이 다 동원됐어요. 실로 기상천외한 발상입니다.”
상가들이 자기 가게의 주차공간을 확보키 위해 설치해 놓은 각가지 방법들에 대해 한대규 시 건설행정과장이 혀를 차며 하는 말이다. 요즘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런 모습들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문제는 상가뿐 아니라 모든 거리가 불법주차의 천국이 돼 버렸다는 사실이다. 대로부터 시작한 불법주차는 좁은 골목길까지 들어와 사람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대흥로길에서 하상주차장으로 빠지는 골목길을 보십시오. 걸어서 1분이면 닿는 거리인데도 조금 걷기가 싫어 그 좁은 골목길에 빼곡이 대놓은 것을요.” 불만가득한 한 택시기사의 말은 조금도 과장이 없다.
천안시의 부족한 주차공간을 가장 잘 나타낸 곳은 단연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쌍용동. 4차로는 그렇다 치고 2차로마저 양쪽으로 주차, 영락없는 일방통행길이 돼 버렸다. 가뜩이나 비좁은 도심권에 8만면의 부족한 주차면수는 이렇게라도 수용돼 있어야만 하는 형편이다.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은 많겠으나 우선 일방통행길 지정을 통한 한쪽 차선의 주차공간 확보는 확실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최성진 시 교통과 지도담당은 “현재의 실정을 감안할 때 주차공간 확보의 최선책은 일방통행길”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며, 계속적으로 늘려나갈 시 방침을 전했다.
시는 지난해부터 충무병원 옆을 비롯해 성정동사무소 진입로, 신부동 삼성생명 뒷길을 이미 일방통행길로 지정한 바 있으며, 쌍용동 방아다리와 중앙시장 내 도로엔 일방통행의 효과가 있는 진입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이외에도 ‘개인은 가난하지만 정부는 부자’라는 말처럼 정부나 자치단체를 통해 주차장 확보에 대한 지속적인 시설투자가 필요하며, 유료주차장의 활성화도 좋은 방안중 하나다. 외국의 사례처럼 유료주차장 운영이 일반 가게의 수익보다 낫다면 두말 할 나위 없다.
또한 기존 건물에서 자체 주차장을 확보하는 길이다. 건물 이면도로나 담장, 대문 등을 헐어 자가 차고를 마련,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의 효율성을 살려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대중교통, 노선체계 정비 필수
모든 목적지는 한번의 노선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는게 시민편익적인 발상이다. 허나 실제로 한번에 갈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굴곡노선이 심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
지난해 11월 천안 YMCA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내버스의 운행속도와 환승정류장 위치에 대한 적절성, 버스요금 운전행태 및 친절도 등에서 시민들은 낮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황배 남서울대 지리정보공학부 교수는 천안시가 비효율적인 노선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내버스 노선망이 전체적인 효율성 차원에서 계획되지 않고 노선별로 개별업체의 요구나 지역민원에 부응해 개발?운영되고 있다며 노선 상호간의 보완관계가 미흡함을 지적했다. 또 시 변두리 등의 노선공급이 부족하고 차량의 낙후, 노선안내시설, 정류장 의자 등 기타 편의시설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렇듯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불만이 결국 시민들의 차량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는데 일조하고 있다. 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 도시교통정비 중기계획(2002년 2월∼2003년 3월)과 구도심 교통흐름개선(2002년 2월∼8월) 용역을 발주해 놓았다. 천안시 대중교통의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시급히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담고 있다.
유효준 문화체육담당관(전 교통과장)은 “모든 민원의 원인이 되는 부족차량은 년차계획에 의거, 대폭 증차를 유도하고 보충역할을 담당할 마을버스 등록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선별 불완전한 연계체계에 대해서는 주요지점에 환승주차장을 설치, 이를 통해 쉽게 버스노선을 옮겨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
교통문제해결은 ‘단속 강화’부터
‘법’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단속은 교통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지난 10일(수) 오룡경기장에 모여 있던 20여명의 택시기사들은 “도로를 넓히지 못한다면 철저한 단속만이 해결책”이라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어떤 이는 “용역을 주든가, 아니면 전 공무원의 단속요원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시도 이같은 단속강화에는 공감. 하지만 역효과도 상당하며 도로교통법에도 위반, 자치단체의 정책만으로는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현재 과태료는 4만∼5만원인데 이를 10만원으로 한다든가 일정 이상의 벌점제를 부과하면 가중된 부담만큼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 의견.
편도 2차로에 한 대의 불법주차 차량만 있어도 한 차로의 역할이 마비되고 만다. 아니 불법차량으로 인해 다시 차로를 바꿔야 하는 차량들로 병목현상이 발생. 얼마전까지만해도 불법주차가 만연했던 성정동 가구 거리는 오히려 편도 1차로만 못한 고질적인 교통체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를 고려할 때 단속을 하려면 철저히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유효준 담당관은 도로교통법의 개정 없이는 경찰과 공무원 외는 단속할 수 없게 돼 있는 법적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철저한 단속을 위해서는 인력이 따르고, 현실에서 인력을 확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유 담당관은 “제도적인 뒷받침 선행과 운수업체, 시민, NGO의 참여가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인력만이 문제는 아니다. 관련기관의 교통문제 해결의지가 부족하다 보니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크다. 단속을 위한 단속, 건수 올리기 단속에 교통의 정체는 여전하다.
특히 역전 조흥은행 앞이나 터미널 삼성생명 앞, 방죽안 오거리 등 불법주차 등으로 인해 파생되는 교통체증의 폐해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산한 도로나 골목길에서 단속에 열중하는 모습도 보이는 등 인력에 대한 능률을 한번쯤은 제고하고 해결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단속이나 신고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한시적으로 현실의 체증문제를 해결하고,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바꿀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