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목) 5백년된 두정동 팽나무가 백석동 종합운동장으로 이사간지<본보 2001년 4월7일자> 정확히 1주년을 맞았다.
사람이라면 이웃을 초대하며 왁자지껄 축하잔치라도 벌인다지만 팽나무는 움직이거나 말할 수 없는 몸. 그래도 누군가는 날 기억하며 찾아주겠지 하는 생각을 품을 만하다.
이날 팽나무에게는 오전 10시 무렵, 가장 귀한 이들이 찾아주었다. 작년 4월4일 오전 11시, 팽나무가 5백년 동안 살아온 두정동 말우물에서 이사가는 걸 손 흔들며 아쉬워하던 마을주민, 이윤환(65) 전 통장과 그의 아내 최정자(62)씨다.
자가용에서 내린 이들은 막걸리 8통을 팽나무 주위에 뿌려주며 아픔없이 생장하길 기원했다. 막걸리는 많은 영양분을 갖고 있으며 나무 생장에 도움을 준다는 속설도 있는 바, 팽나무의 이사 1주년 축하주로 잘 어울렸다.
“그동안 몇번을 찾아와 살펴봤죠. 지난해엔 싹에 힘이 없어 죽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어요. 오늘 보니까 싹에 생기가 있는 것이 보기 좋아요. 가지 두개는 죽은 것 같아 안쓰럽군요.”
최정자씨는 가지가 죽은 것에 자꾸 마음이 쏠리는지 오랫동안 눈이 머문다. 팽나무는 주변 조경과 잘 어울리며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나뭇가지 위의 까치집도 그대로다.
단지 두정동에 있을 때와 다른 점은 나무의 생장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관계로 지지대를 받쳐준 것을 들 수 있다. “나무가 기운 것 같아요. 게다가 나뭇가지가 한쪽으로 쏠려 있어 무게중심이 어긋나 있는데…, 어떻게 교정은 안될는지 모르겠네.”
이윤환씨는 전문가인양, 이대로 생장하면 나무에 상당한 무리가 따르겠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쳤다.
“그래도 팽나무는 이제 공인(公人)으로서 시의 철저한 관리와 사랑을 받을 테니 괜한 걱정할 필요는 없겠죠.” 팽나무는 당시 이들 부부가 생일때 다시 찾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에 ‘나처럼 장수하라’는 덕담이라도 베풀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