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끝낸 후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식상한 정치에 사진은 싫단다.
-금전 만능주의 시대, 정치신뢰는 청렴함에서…
지난 15일(금) 오후 3시경 풍세면 가송2구 경로당에는 술판을 끝낸 너댓명의 노인들이 앉아 있었다. 술판이라고 해봤자 비어 있는 소주병과 김치가 놓여있어 알 뿐, 취한 이는 없었다.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얘기로 화제를 돌리기는 쉬웠다. 마침 뉴스에서도 민주당 경선과정이 보도되고 있었다. “정치를 한다는 것들이 다 도둑놈들이니, 쯧쯧.” “다 자기 출세를 위해서지 나라를 위해서 헌신하는 애국자가 어디 있어.” 박(76) 노인이 혀를 차는 소리를 하자 장 노인(75)이 맞장구를 쳤다.
“고구마 있잖여, 고구마. 이놈은 글쎄 줄기 하나를 당기면 주루룩 매달린 고구마들이 딸려 오지 않는감. 우리나라 정치가 고구마하고 똑같어. 돈먹은 놈 하나만 물면 다른 놈들이 주루룩 매달려 오잖어.” 조금 배웠다는 맹 노인이 고구마를 비유로 들어 그럴듯하게 정치인을 비꼬았다.
이들 노인들이 비판하는 것은 대부분 ‘청렴’에 귀속됐다. 방송에서 정치인들의 뇌물수수건 등의 보도를 숱하게 접해온 이들은 “제발 방송에서 정치인들과 관계된 내용은 일절 다루지 않았으면”하는 소망을 피력했다. ‘지긋지긋한 정치’라며 고개를 돌리는 이들에게 청렴결백한 위정자는 무조건 표를 밀어줘야 할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청렴결백한 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다 그놈이 그놈같고, 뽑아놓으면 다 똑같아지는데….” “맞아, 금전 만능주의 시대니 오죽 하겠어. 근데 안 찍어주고 싶어도 다 그놈들이 나오니, 짜증나는 세상이야.” 이 말을 듣던 장노인이 “그래서 난 이번에도 안찍을란다. 찍어주면 표만 아까워” 하며 10분간 일장연설을 늘어 놓았다.
청렴함이 중요한 데도 선거철만 되면 돈쓰는 사람을 찍어주는 행태는 유권자의 잘못 아니냐는 질문에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런 몹쓸 것들은 안찍어줘야 하는데 뭐라도 주면 고마워하는 게 우리네 양심”이라며 우리나라 국민성이 그렇다고 입맛을 다신다.
“더이상 말하면 입만 아퍼. 청렴한 사람이 제일인데 실제 그런 사람 찾기가 쉬운감. 그들이 던져주는 미끼를 덥썩덥썩 무는 우리네도 불쌍하고 정치를 한다고 떠벌리는 그들도 딱하지.”
30여분간 주고받던 정치이야기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이들 노인들은 “청렴결백”한 위정자만이 정치신뢰를 회복하고 유권자인 시민과 함께 해나갈 수 있다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