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가정집 산수유꽃 만개, 거리엔 아직 몽우리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리
<곽재구의 산수유꽃 필 무렵>
천안에도 새 봄의 고갯짓을 알리는 향기로 가득하다.
지난 13일(수) 하늘아래 편안한 동네, 천안을 샅샅이 찾아 헤맨 끝에 원성동의 한 가정집에 발길이 머물렀다. 만개한 산수유가 담장 위로 한참을 솟아올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꽃에 일가견 있는 오병상(입장면·시 공무원)씨는 “이 집의 산수유가 천안에선 가장 먼저 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가정집 여주인은 연규남(과천대 차생활예절 강사)씨로, 꽃과 나무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집과 함께 20년이 넘었다는 산수유는 꽃 수만큼 벌들이 윙윙거렸다.
“우리집 산수유는 3월로 넘어오며 꽃이 피었던 것 같아요. 밖으로 나다니다 보니 산수유를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벌이 이렇게 많이 몰려든 줄은 몰랐네요.”
산수유가 첫봄을 알리지는 않는다. 겨울에도 피는 매화는 일단 차치하고 봄의 전령 순서를 따지자면 풍년화와 목련 다음에 생강나무, 산수유, 벗나무와 개나리, 진달래 순이다. 진달래는 4월 중순경에 피고 목련과 풍년화는 일찍 피지만 천안에는 볼 수가 없다. 산수유보다 5일 정도 빨리 핀다는 생강나무는 많지만 주로 산에 야생으로 자라서인지 아직 꽃몽우리만 보여주고 있었다.
올 봄은 이런 사정(?)들로 산수유가 봄의 전령이 됐다. 산수유도 거리에 나와 있는 것은 아직 몽우리만 지어 있었고, 다만 몇몇 가정집 정원에서 북서풍으로부터 바람이 차단된 양지뜸의 산수유가 주로 꽃몽우리를 터트리고 있었다.
오병상씨는 “지난 겨울의 온난화로 봄의 전령이 일찍 찾아온 것 같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꿈틀거리는 봄의 소리와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산수유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에 속한 낙엽교목으로 키는 7m 정도. 잎은 마주나며 긴 달걀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다. 원산지는 한국과 중국. 우리나라에선 주로 남부의 산지에 자생하며 구례지역 산동면에 집단서식지가 있어 농가부업으로도 한 몫 하고 있다.
꽃은 노란색이며 10월에 붉은 열매가 열린다. 한방에서는 신경쇠약, 당뇨,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등에 약으로 쓰인다. 긴장감, 압박감을 벗어나 정신을 맑게 해준다. 풍년화와 함께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산수유는 내한성이 강하나 공해에는 비교적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