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화) 청수동 청수방죽엔 너댓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바람은 잔잔히 호수의 표면을 간헐적으로 쓰다듬고, 그에 따라 낚시추도 눈에 감지할 만큼의 흔들림을 보이고 있었다.
체육복 차림의 김대명(가명?청수동)씨는 사람들이 없는 반대쪽 언저리에 자리잡은 지 4시간째. 닐을 6대 걸어놓고 대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지만 고기잡이는 영 신통찮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닐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오히려 코 앞에 떨어뜨린 대낚만 간간이 명함만한 참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햇빛은 따사로웠지만 아직은 졸릴 계절은 아닌 듯. 고기가 물든 안물든 주기적으로 떡밥을 바꿔주며 고기와의 실랑이를 벌였다. 낚시꾼은 시간낚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낚시를 하는데 장화나 기타 잡동사니가 걸리면 기분좋을 리 없듯이 시간도 잡동사니의 하나일 뿐이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대낚으로도 더 이상 고기가 물지 않았다. 11시가 채 안되어 자리를 잡았는데 겨우 잡은 것은 대여섯마리의 작은 붕어들.
“아직은 붕어가 나올 때가 안됐어. 날이 조금 더 풀려야 될 거야. 나야 요 앞의 아파트가 집이라 심심풀이로 나왔지만….”
청수방죽에 가끔씩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낚시잡이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멀찌감치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수방죽은 꽤 넓어 보이지만 물은 상당히 탁한 상태. 농지에 사용토록 담수의 성격을 갖고 있는 청수방죽은 비가 올 때 외에는 유입되는 한가닥 지류조차 없는 곳.
“누군가 돈이 있어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처럼 가꾸면 근사한 시민휴식처로 변모할 텐데. 그렇게까지 바란다는 건 무리야. 참, 언젠가는 어떤 이가 유료낚시터로 준비하려다 그만 두기도 했지.”
4시가 다 되자 김씨는 낚싯대를 거뒀다. 하나씩 정성스레 물에 씻고, 몇마리 잡은 고기는 도로 놓아주었다. “나나 좀 먹을까 애들은 잘 안먹어.”
김씨는 아직도 하늘 높이 떠있는 해를 등지고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곧 농사철이 다가오면 한동안 낚시는 그림의 떡. 오늘 김씨는 고기보다는 봄이라는 잡동사니만 실컷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