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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낚는 낚시터

등록일 2002년03월16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12일(화) 청수동 청수방죽엔 너댓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바람은 잔잔히 호수의 표면을 간헐적으로 쓰다듬고, 그에 따라 낚시추도 눈에 감지할 만큼의 흔들림을 보이고 있었다. 체육복 차림의 김대명(가명?청수동)씨는 사람들이 없는 반대쪽 언저리에 자리잡은 지 4시간째. 닐을 6대 걸어놓고 대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지만 고기잡이는 영 신통찮다. 큰 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닐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오히려 코 앞에 떨어뜨린 대낚만 간간이 명함만한 참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햇빛은 따사로웠지만 아직은 졸릴 계절은 아닌 듯. 고기가 물든 안물든 주기적으로 떡밥을 바꿔주며 고기와의 실랑이를 벌였다. 낚시꾼은 시간낚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낚시를 하는데 장화나 기타 잡동사니가 걸리면 기분좋을 리 없듯이 시간도 잡동사니의 하나일 뿐이다. 오후 3시가 넘어가자 대낚으로도 더 이상 고기가 물지 않았다. 11시가 채 안되어 자리를 잡았는데 겨우 잡은 것은 대여섯마리의 작은 붕어들. “아직은 붕어가 나올 때가 안됐어. 날이 조금 더 풀려야 될 거야. 나야 요 앞의 아파트가 집이라 심심풀이로 나왔지만….” 청수방죽에 가끔씩 사람들이 서성거렸다. 낚시잡이에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멀찌감치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수방죽은 꽤 넓어 보이지만 물은 상당히 탁한 상태. 농지에 사용토록 담수의 성격을 갖고 있는 청수방죽은 비가 올 때 외에는 유입되는 한가닥 지류조차 없는 곳. “누군가 돈이 있어 서울 잠실의 석촌호수처럼 가꾸면 근사한 시민휴식처로 변모할 텐데. 그렇게까지 바란다는 건 무리야. 참, 언젠가는 어떤 이가 유료낚시터로 준비하려다 그만 두기도 했지.” 4시가 다 되자 김씨는 낚싯대를 거뒀다. 하나씩 정성스레 물에 씻고, 몇마리 잡은 고기는 도로 놓아주었다. “나나 좀 먹을까 애들은 잘 안먹어.” 김씨는 아직도 하늘 높이 떠있는 해를 등지고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곧 농사철이 다가오면 한동안 낚시는 그림의 떡. 오늘 김씨는 고기보다는 봄이라는 잡동사니만 실컷 낚았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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