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당동 거재마을에는 1백50년 전통의 줄다리기 행사가 이어져오고 있는데, 여자쪽이 이기면 그해 대풍이 든다는 유래가 있다.
청당동 거재마을이 벌써 올해 대풍년을 기약(期約)해 놓았다.
거재마을엔 1백50년 된 전통이 있는데 바로 ‘정월 대보름 줄다리기’ 행사다.
줄다리기 싸움은 어른과 여자로 나뉘는데, 여자는 아이에 속하며 아이라 함은 여자어른과 결혼하기 전의 청년까지를 포함한다.
27일(수)의 대보름 줄다리기도 그렇게 시작됐고 다섯 번의 싸움중 세 번을 이긴 여자쪽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속내엔 마을 전체의 기쁨이기도 하다.
전해 내려오기로는 ‘여자가 이기면 그해는 대풍년이 든다’는 유래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윷판’, 아이들은 ‘쥐불놀이’
27일(수) 거재마을에서는 1백50년 전부터 마을의 평안을 비는 대보름 행사가 있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하는 손길이 멈추자 민속 윷놀이 대회가 마을 전체의 축제 속에 전개됐다.
180여호의 거재마을은 남부대로가 시작되는 한 끝의 시멘트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보이는 우묵한 마을로, 고립돼 있는 듯 보이는 지리적 여건은 오히려 마을의 단결을 이루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마을은 으레 어르신네의 묵묵한 지원 하에 마을 청년회 주축으로 대소사가 치러진다.
마을사람들은 평소 입던 옷가지를 잠시 한쪽으로 벗어두고 옛 향기를 가진 전통한복을 입는다.
윷판은 ‘걸쭉’하게 진행됐다. 윷 한번 놓고 탁주 한잔 걸치고 왁자지껄 분위기를 돋군다. 윷놀이가 남자어른들의 놀이라면 아이들 놀이도 신명났다.
어스름한 저녁도 되기 전, 아이들은 이삼일 전부터 만들어 놓은 끈달린 깡통을 들고 들판으로 나선다. 이른바 ‘쥐불놀이’를 시작한 것이다.
수십개의 구멍을 뚫어놓은 깡통에 밑불 위에 가득 숯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길다란 끈을 꽉 움켜잡고 돌리기 시작하면 어느덧 공중에 둥그런 원을 그리며 불길이 활활, 밤하늘을 수놓는다. 들판 한쪽에는 집채만한 모닥불을 피운다. 온 동네를 환히 비추는 대형 불빛이 밤늦도록 행사 열기를 부추긴다.
민속행사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단연 농악대다. 아침부터 시작된 풍악은 한번도 쉬임없이 사람들의 들뜬 마음을 어우른다.
사람 몸통만한 전통 줄다리기 ‘볼거리 빵빵’
오후 7시, 대보름행사의 하일라이트인 ‘풍년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1백50년 전부터 내려온 이 마을 줄다리기는 82년경 사라졌다가 92년 마을 청년회를 통해 다시금 재현됐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지월스님이 발굴했고 이를 안재형씨가 고증했다.
“줄다리기가 끊기며 줄곧 마을에 우환이 생겼어요. 각종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죠. 해마다 산신제도 지내오지만 다시 줄다리기를 재현하자는 생각에 공감했고, 각종 마을자료와 어르신네들의 도움을 받게 됐죠.”
지월스님이 재현한 줄다리기는 우선 줄의 굵기부터 대단했다. 직접 제작한 줄은 어른 몸통만한 굵기에 뒷부분엔 십수줄기의 새끼 줄이 매달려 있었다. 남자 어른들이 한쪽에 서고 다른 쪽에는 그 외 모두가 섰다. 힘의 균형은 처음부터 깨져 있었다.
우렁찬 함성속에 첫판이 시작되고 모두들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히듯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다섯번중 세번을 이긴 여자쪽의 승리. 뒤이어 대풍을 기약하는 농악대의 ‘풍악’이 마을 전체에 메아리쳤다.
남자어른쪽에 참여한 정완식 청룡동장은 “마을 전체가 참여해 전통행사를 치르는 경우는 드물다”며 경제적인 문제 등이 따르기도 하지만 적극 옛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한편 거재마을은 오는 10월 충주에서 열리는 제43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참가신청해 놓았다.
도 단위로 한팀이 출전하는 예술축제에 참가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재마을 사람들은 마을 전통을 알릴 수 있는 ‘희망’을 던져놓은 것으로 일단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