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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판 오병이어

등록일 2002년02월23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다섯 개의 떡과 2마리의 물고기로 5천명을 먹였다는 성경의 기적을 오병이어라고 일컫는다. 설연휴에 대한 흥분과 피곤함이 가신 지금이지만 천안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을 오병이어의 사건이라고 한다면 무리한 비유일까. 지난 설연휴 최인광 한국기독교봉사단장(백석장로교회 목사)은 각 가게마다 돌아다니며 A4 한 장 분량의 사랑을 구걸하며 다녔다. 광고문안은 남는 과일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어 먹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과일값이 너무나 비쌌다. 감 한개에 1천원, 사과 한개에 4천원, 배 한개 7천원. “비싼 과일을 사먹기도 어려운 형편에 누가 주려고 하겠는가” 최 목사는 의문이 반이었지만 열심히 전단지를 돌렸다. 오전 10시부터 돌린 것이 오후 2시가 안돼서 몇 곳에서 전화가 왔다. “진작에 이런 거 돌렸어야죠. 과일도 안 팔리는데 좋은 일이나 하게. 과일은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지는데”라며 농산물도매시장내 88호와 107호 상가주인이 전화를 해왔다. 이렇게 모아진 과일만 딸기 1백상자, 감 10상자가 들어왔다. 아직 팔지도 않은 것들이어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그래도 경제적 형편이 힘든 이웃들에게 줄건데 상품가치가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쌍용2동 이종기 계장과 같이 설 하루전날 저녁시간 내내 선별작업을 했다. 고향에 가야 하는 이 계장은 숙직도 마다하지 않고 내내 묵묵히 최 목사의 일을 도왔다. 이렇게 해서 소외된 이웃 1백97세대에게 과일을 나눠주게 됐다. 최인광 목사는 “돈으로 도와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정이 담긴 음식을 나눠먹고 이웃의 정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된 것이 도와주는 사람이나 도움 받는 사람이나 기쁨이 되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랑이 있으면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런 이웃의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근이양증을 앓고 있는 박영준(10)군도 이런 이유에서 돕게 됐다. 수술비가 1억2천만원이 필요한데 지금은 7천여만원 정도 마련된 상태이고 앞으로 좀 더 모으면 영준군의 소망대로 운동장을 실컷 달릴 수 있게 된다. 작은 사랑이 생명을 살리는 놀라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최 목사는 큰 분의 발아래 무릎을 꿇는다. 예수님 시대 때 일어난 기적 오병이어는 단지 몇 마리의 물고기를 축사해서 오천명이 먹은 것이 아니요, 말씀과 사랑으로 메마른 사람들을 먹인 사랑의 기적이라 일컫는 학자들도 있다. 또 다섯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밖에 없었지만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돈을 내놓아 더 많은 사람들을 먹이게 됐다는 설이 있다. 그냥 기적이라면 마술에 불과하겠지만 사람들이 감동해서 서로 먹을 것을 나눠먹게 돼 5천명이 함께 했다는 것을 믿고 싶은 것은 뭘까. 아마도 우리도 실천할 수 있는 기적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오늘도 수많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킬 선한 사람들이 당신 주위에서 선행을 베풀라며 사랑의 구걸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단 몇사람의 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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