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떡과 2마리의 물고기로 5천명을 먹였다는 성경의 기적을 오병이어라고 일컫는다.
설연휴에 대한 흥분과 피곤함이 가신 지금이지만 천안에서 일어난 작은 기적을 오병이어의 사건이라고 한다면 무리한 비유일까.
지난 설연휴 최인광 한국기독교봉사단장(백석장로교회 목사)은 각 가게마다 돌아다니며 A4 한 장 분량의 사랑을 구걸하며 다녔다.
광고문안은 남는 과일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어 먹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과일값이 너무나 비쌌다. 감 한개에 1천원, 사과 한개에 4천원, 배 한개 7천원. “비싼 과일을 사먹기도 어려운 형편에 누가 주려고 하겠는가” 최 목사는 의문이 반이었지만 열심히 전단지를 돌렸다.
오전 10시부터 돌린 것이 오후 2시가 안돼서 몇 곳에서 전화가 왔다.
“진작에 이런 거 돌렸어야죠. 과일도 안 팔리는데 좋은 일이나 하게. 과일은 하루만 지나도 신선도가 떨어지는데”라며 농산물도매시장내 88호와 107호 상가주인이 전화를 해왔다.
이렇게 모아진 과일만 딸기 1백상자, 감 10상자가 들어왔다. 아직 팔지도 않은 것들이어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도 없었다. 그래도 경제적 형편이 힘든 이웃들에게 줄건데 상품가치가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쌍용2동 이종기 계장과 같이 설 하루전날 저녁시간 내내 선별작업을 했다. 고향에 가야 하는 이 계장은 숙직도 마다하지 않고 내내 묵묵히 최 목사의 일을 도왔다.
이렇게 해서 소외된 이웃 1백97세대에게 과일을 나눠주게 됐다.
최인광 목사는 “돈으로 도와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정이 담긴 음식을 나눠먹고 이웃의 정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된 것이 도와주는 사람이나 도움 받는 사람이나 기쁨이 되어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사랑이 있으면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런 이웃의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근이양증을 앓고 있는 박영준(10)군도 이런 이유에서 돕게 됐다. 수술비가 1억2천만원이 필요한데 지금은 7천여만원 정도 마련된 상태이고 앞으로 좀 더 모으면 영준군의 소망대로 운동장을 실컷 달릴 수 있게 된다. 작은 사랑이 생명을 살리는 놀라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최 목사는 큰 분의 발아래 무릎을 꿇는다.
예수님 시대 때 일어난 기적 오병이어는 단지 몇 마리의 물고기를 축사해서 오천명이 먹은 것이 아니요, 말씀과 사랑으로 메마른 사람들을 먹인 사랑의 기적이라 일컫는 학자들도 있다. 또 다섯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밖에 없었지만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돈을 내놓아 더 많은 사람들을 먹이게 됐다는 설이 있다. 그냥 기적이라면 마술에 불과하겠지만 사람들이 감동해서 서로 먹을 것을 나눠먹게 돼 5천명이 함께 했다는 것을 믿고 싶은 것은 뭘까. 아마도 우리도 실천할 수 있는 기적이기 때문이 아닐까한다.
오늘도 수많은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킬 선한 사람들이 당신 주위에서 선행을 베풀라며 사랑의 구걸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단 몇사람의 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