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료원(원장 금동인)을 방문, 누워있는 노씨의 안부를 묻는 청소년자원봉사단 ‘한돌회’의 정순자 원장.
두 개의 침대가 엇갈려 놓여 있는 좁은 병실에는 각각 환자로 보이는 노인이 누워 있었다. 그 중에서도 잔뜩 웅크린 사람이 있었는데 지난해 7월 이곳 천안의료원에 입원한 노재만(가명·65)씨다.
일반사람의 머리보다 10배의 물이 찬, ‘뇌수두증’의 병을 가진 노씨는 불행히도 동면의 한 작은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는 노인. 지난해 여름, 갑자기 쓰러져 119구급차를 타고 들어온 뒤 벌써 7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청소년 자원봉사단체인 ‘한돌회(원장 정순자)’ 식구들이 찾아오자 그동안 햇볕 한번 못 쐰 퀭한 얼굴을 내밀어 반가운 인사를 전한다.
천안의료원 금동인 원장은 노씨가 ‘절망적’인 상태라며 “그의 삶은 길어야 1년”이라고 봤다. 그때까지는 병이 단계별로 진행되고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최근에는 한 인가시설에서 노씨를 못받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환자의 상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칫 시설에서 죽었을 때의 화’를 두려워했나 보다.
금 원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는 곳이긴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많아야 5개월 정도 지원되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돌보다 보니 적자운영의 문제가 생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노씨는 의료원에서 계속적으로 돌볼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수술을 해도 상태가 더 악화될 우려를 안고 있는 노씨. 그에겐 ‘혈육’인 형님이 한 분 계시나 간경화 등의 병치레를 하며 노씨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도움은 커녕 오히려 짐이 되는 가족. 그래서 노씨는 더욱 ‘홀로 서야 하는’ 외로움의 병까지 겹쳤다.
다행히 한돌회와 시 간병인, 사랑의 호스피스 그리고 천안의료원의 친절한 사람들이 그의 곁에서 보살필 것이다. 그의 남아있는 삶에 행복스럽진 못할 지라도 가장 적은 고통과 외로움을 갖고 먼 길을 떠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