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부터 이식준비를 해온 두정동 말우물 팽나무가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아쉬움속에 지난 4일(수) 백석동 종합운동장 광장 연못으로 이사했다.
봄기운이 만연한 지난 4일(수), 두정동 북부구획정리사업 지구 내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이곳의 5백년 수령 팽나무가 백석동 천안종합운동장 광장의 연못 옆으로 이사가는 날이기 때문. 팽나무는 나이에 맞게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며 사람들을 위압했다.
가지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이 따가웠다. 높이 9.5m에 무게만도 35톤에 달하는 보호목을 실어나르기 위해 온갖 밧줄로 얼키설키 묶고 있는 작업원들은 흡사 걸리버의 몸을 묶고 있는 소인국 사람들같아 보였다.
이 팽나무를 움직이기 위해 1백60톤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대형 크레인과 75톤의 무게를 실어나를 수 있는 추레라가 동원됐다.
포크레인도 이들 사이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작업을 도왔다. 오전 11시30분경 추레라에 실려진 팽나무는 사람들의 배웅을 뒤로 하며 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팽나무를 실은 추레라의 속도는 사람의 빠른 걸음걸이로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 조그만 흔들림에도 노목의 가지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부러질 듯 위태해 보였다.
그 뒤를 따라 덤프트럭 한 대가 나무가 생장한 곳의 흙을 가득 싣고 따라갔다. 시 산림과 조재만 과장은 “당초 헬기수송을 검토했으나 무게와 부피가 커 육로수송을 택했다”며 “또 완벽한 식재관리를 위해 배수시설과 주변 흙까지 옮겨 최적의 생육조건을 마련키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는 이외에도 이전 작업을 원활히 추진키 위해 총 3.1㎞의 운송로중 0.5㎞에 이르는 백석로 구간을 20여분 교통통제했으며, 주변의 전력선과 광케이블선도 이설했다. 이날 팽나무 이식작업은 오후 늦게서야 주변정리까지 끝낼 수 있었다.
신령한 나무임을 의심치 않는 사람들은 앞으로 종합운동장과 그 생장을 함께 하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나무가 되길 기대했다.
주민들, 섭섭함에 눈시울 좋은 대접 받으며 생장하길…생일 원년으로 삼아 팽나무가 이사가는 날, 말우물 주민들은 작업과정을 지켜보다 끝내 섭섭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 나무는 보통 나무가 아니에요. 마을 주민들의 ‘정신’이었죠.”
주민들은 그동안 팽나무를 소홀히 여겼던 것을 후회한다며 “결국 나무가 복이 있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니 너무 섭섭히 생각하지 말자”고 말했다.
구획정리사업 시행 전에 이곳 전 통장이었던 이윤환(64)씨는 차량에 실려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듯 보이는 팽나무에 주민들과 함께 한참동안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주민들과 미리 약속이라도 된 듯 “오늘 4월4일을 원년으로 삼아 매년 종합운동장에 찾아가 생일을 차릴 것”이라고 다짐하듯 내뱉었다.
5백여 말우물 주민들은 이틀 전까지도 팽나무가 이사가는 걸 반대했다. 당초 그곳에 그대로 두길 바랐던 주민들은 팽나무가 위치한 곳이 도로부지로 편입돼 있다는 시의 입장에 따라 “그러면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원부지로 옮겨달라”고 요구해 왔었다.
이 전통장은 “우리가 생각을 좋게 가지기로 했습니다. 우리 요구대로 공원부지로 옮겨진다 해도 관리소홀 등으로 나무 생장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종합운동장으로 가게 되면 시에서 얼마나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주겠습니까. 나무에게는 그게 더 나을 것 같아 주민들이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습니다”며 팽나무를 쫓아 차를 몰았다.
한편 까치부부도 작업 내내 주위를 돌며 팽나무 윗가지의 보금자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 보금자리 위를 나뭇가지로 덮은 것을 볼 때 산란기에 접어들어 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얘기됐다. 추레라 운전사는 “이같은 상황에서 까치가 30㎞를 쫓아와 보금자리를 지키는 것을 봤다”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