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24일 준공된 평안의 집 전경
천안 사랑의 호스피스(회장 심석규)가 지난해 11월24일 ‘평안의 집’을 마련했다. 구성동 산언저리에 위치한 이 집은 열명의 환자가 별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
“어두운 단칸방과 병실을 찾아다니면서 가진 소망은 오갈데 없이 방치된 환우들을 편히 모실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안의 집을 갖게 된 호스피스 회원들의 기쁨은 컸다. 특히 대기하고 있던 4명의 환우가 ‘기다림’의 보람도 없이 준공을 앞둔 채 소천한 것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준공 한달 후인 12월24일에 첫 환우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첫 손님은 정이 들기도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곳을 찾는 환우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에서 찾아와 대부분 한달도 못견디며 영원한 안식처를 찾아 떠났다.
호스피스 회원들은 이들의 걸음을 늦추며 생의 마감을 행복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지성으로 도왔다. 호스피스란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전인적으로 돌보는 프로그램. 곧 임종을 앞둔 환자가 영·혼·육의 평안을 유지하며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의료활동으로 보면 된다.
회원들의 열성은 친 부모형제를 대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보인다. 하지만 이미 죽음 앞에 서있는 이들은 생의 마지막 절차를 호스피스의 인도에 맡기며 ‘행복한 죽음’을 꿈꾼다. 물론 호스피스의, 죽음 뒤 배려해 놓은 ‘천국소망’의 실현을 기대하며….
◆우리에게 땔감을 주실수는 없나요
호스피스가 체계적 성장을 이루며, 환우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게 된 것도 알고 보면 심석규(남천안제일의원 원장) 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신적, 시간적, 물질적 나눔에 인색치 않는 그. 흡사 ‘아낌없는 나무’처럼 베품의 미학을 아는 심 원장은 어릴 때부터 가졌던 소원을 실행하며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깨진 독에 물붓는 것처럼 들어가는 재정은 끝이 없다. 회장을 비롯해 회원들의 헌신적인 참여에도 불구, 부족한 것들이 많다. “평안의 집에 필요한 가전제품과 집기들은 회원 각자의 가정에서 쓰는 것들로 채워졌어요. 그러나 월 1백만원 넘는 유류비를 비롯해 환우들을 보살피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꾸준히 천문학적인 계산을 필요로 합니다.”
심 회장은 이같은 호스피스 살림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신감을 내비친다.
“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어려움 없는 일이 어디 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뛰다보면 다 잘 풀릴 거라 믿습니다.”
지금 평안의 집에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겨울내내 걱정없이 지낼 수 있는 땔감이다. “유류비 절약을 위해 기름과 장작을 겸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더니 장작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건축 폐자재를 갖다 주시는 분도 있으나 일주일이면 바닥나죠.” 자원봉사자들은 생전 안해본 서툰 도끼질로 육체의 노곤함도 맛보지만 땔감 없어 고민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있다. ☎573-43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