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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몸 걸을 수만 있다면-한순간 사고로 장애 40년, 아직도 걷고 싶다는 소망 간절

등록일 2002년01월0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누군가가 ‘당신도 직업이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저는 자신있게 대답하겠습니다. ‘있습니다. 그리고 내 직업으로 인해 무척 행복합니다’ 하고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주름패인 얼굴이 초로의 나이에 들어섰음을 가늠케 하는 김진웅(61)씨는 그의 인생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텐데도 순수한 웃음을 지을 줄 알았다. 그의 직업(?)은 40여명의 장애자들이 모여사는 사랑의 집(원장 윤경순·구룡동) ‘전화당번’이다. 2년 전 이곳에 온 김씨는 ‘놀고 먹는 장애인’이 되지 않기 위해 전화당번의 특기를 살렸다. 김씨는“23살의 어느날 철봉에서 떨어지며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채 지금껏 40여년을 살아왔죠. 제가 여기서 전화를 받는 것도 척추를 다치기 전 2년간을 전화국(당시 체신부)에서 근무했던 것이 인연이 됐습니다.”고 회고한다. 사랑의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원우는 고작 두 세명 뿐. 나머지는 모두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원우들이다. 게다가 윤경순 원장과 그를 돕는 동생, 나이 지긋한 김영경(78) 목사, 운전사, 부엌 일 하는 사람이 원우가 아닌 사랑의 집 식구의 전부다. “저의 소망은 혼자 힘으로 걸을 수만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40년을 걷지 못하며 늙었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거기에 한가지 더 보탠다면 말로만 듣던 컴퓨터를 배우고 싶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넓은 세상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소망들이 부질없다는 것을 압니다.” 김씨는 40여년을 한결같이 병천의 친척집에서 잎담배 작업을 도우며 살아왔으나 2년 전 그동안 돌봐주던 그분마저도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후 이곳 사랑의 집 시설에 들어오게 됐다.
김학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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