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제57회 정례회는 지난 21일 끝났으나 일부 의원들은 정례회 원인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밝혔다.
지난해는 불처리된 본예산이 올해는 법정시한 30초를 남겨둔 21일(금) 11시59분30초에 가까스로 처리, 의회가 서커스의 곡예사들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하고 있다.
천안시의회(의장 장상훈)는 지난 4일(화)부터 18일간의 제57회 정례회를 통해 내년 본예산을 심의했다. 본예산은 각각 총무환경위원회(위원장 김진상)와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이규동)의 심사를 거쳐 예산결산위원회(위원장 유홍근)를 통과했으며 전체 5천1백3억원의 본예산중 겨우 0.17%(8억8천여만원)의 예산만이 삭감된 채 본회의에서 마지막 의결만 남겨두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이렇다할 잡음이나 토론 없이 순조로운 진행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례회가 끝나는 마지막 날인 21일(금), 시청사 불당동 이전을 반대하는 9명의 의원들이 수정동의안을 발의, 시청사 건립공사비 1백억원, 시청사 건립에 따른 감리비 3억8천2백만원, 체육시설 잔여부지 매입 75억3천6백만원 등 총 1백79억3천6백만원의 삭감을 주장하고 나서며 예정된 싸움이 진행됐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개회된 본회의는 불당동 이전 찬반 의원들의 전쟁터로 바뀌며 지루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몇번의 조율을 가지긴 했으나 처음부터 대화와 타협의 자세는 물건너간 상황.
장상훈 의장은 양쪽 의원들의 명분과 실리를 찾아주려 했으나 오후 11시50분이 돼서야 강행처리를 결정, 반대의원들의 방해에 부딪치며 가까스로 의결처리는 했지만 짧은 시간 강행하다보니 절차상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장 의장은 결국 ‘두마리 토끼를 쫓다 모두 놓친 격’이 되어 양쪽 의원들로부터 무능한 의장으로 비난받는 형편에 놓인 신세가 됐다.
이날 마지막 몇분을 남겨놓고 청사반대의원들이 원하는 기립투표로 결정, 청사관련 예산의 전액삭감을 주장하는 수정동의안에 반대 13명, 찬성 4명으로 시청사 관련 예산은 무사통과됐다. 수정동의안에 반대한 의원들 중엔 범시민연대에서 변절자로 운운했던 3명의 의원중 이규동(동면) 의원을 제외한 현석문(풍세면), 김완제(목천면) 의원만이 포함됐다.
반대의원들…진행상 5가지 위법소지 주장
시청사 불당동 이전 반대의원들은 지난 26일(수) 정례회 진행상 위법소지가 있다며 시의회에 대해선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천안시에 대해선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하고 원인무효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입장표명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의결 자체를 되돌릴 만한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이 내건 5건의 위법소지 사안을 보면 먼저 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해 접수된 상황에서 불신임안을 우선 처리하지 않고 예산처리를 진행한 점을 들었다. 그러나 의회는 불신임안이 접수된 이후 문서화를 통한 의장 결제와 의사일정 변경절차 등이 선행돼야 함을 들었다.
또 무기명 투표로 진행하던 중 갑자기 투표방법을 의원 동의없이 기립표결로 진행한 것과 수정안에 대한 찬반표결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의장 임의대로 원안을 가결 선포한 것과 관련, 일부 의원들의 진행방해로 정상적인 행위진행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의장 직권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수정안 표결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는데도 다시 원안에 대한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단일안에 대해 부결됐으면 원안은 당연 통과되는 것이며 법적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례회기가 21일 오후 12시를 넘어 종료된 상황에서 회의진행과 의결이 이뤄졌다는 주장에는 개인의 시간이 다 제각각인 점에서 시의회가 공식 인정하는 것은 속기사 시계이며 당시 11시59분으로 기록됐다고 해명했다.
의장 비난…원칙이 우선시됐어야 했다
21일(금) 오후 11시 40분쯤이 돼서 의장 불신임안을 낸 건 반대의원들이 아닌, 찬성의원측이었다. 장상훈 의장이 양쪽 의원들의 입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취해야 할 적법절차는 원칙에 의한 민주절차였는데 화해만 시키려 했을뿐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아 오히려 더 큰 분란만 초래했다는 것이 이들 의원들의 주장이다.
어차피 화해될 성질이 아닌 이상, 원칙에 부합한 절차를 밟았다면 오전에도 끝날 수 있었던 정례회 의결이 자칫 예년처럼 본예산을 처리하지 못하는 파행으로 치달을 뻔한 사실과, 5분정도의 촉박한 시간앞에 강행처리하려다 오히려 반대의원들에게 덜미를 붙잡힌 꼴이 돼 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서용석(성정2동) 의원은 “의장이 양쪽 의원들의 명분과 실리를 찾아주려 노력했지만 결국 문제는 더 깊어졌고, 이는 의장 소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전(신안동) 의원도 “의회에 어떤 대립이 발생했다면 원칙대로 행하는 게 정답이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타협점을 찾으려 한 점과 종료시각이 다 되어 급하게 강행처리하다 보니 문제가 야기되는게 아닌가. 당시 의결처리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으며 나또한 의결처리에는 승복 못하겠다”고 전했다.
반대의원들의 원인무효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