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호(전국산림보호협회 천안지부장·78세)
옛말에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이지만 속뜻은 어진 사람의 신중함이 산과 같다는 것으로 비유한 말이다. 고려 말엽 길재 선생의 시조에도 산에 대해 표현한 문장이 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다’는 말이 그것이다.
굳이 사람이 산을 좋아하는 이유를 캐본다면 산이 ‘불변(不變)’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는 태산을 바라보노라면 사람은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불완전 존재인 사람은 항상 완전함을 추구하려 하지만 그 도달할 수 없는 끝을 언제나 동경해야만 하는 비참함에 빠진다. 그래서 완전함의 다른 형상인 태산을 동경하는 것일 게다.
산을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를 든다면 그건 사람을 ‘무념’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잡념은 사라지고 무념의 세계로 접어드는 자신을 발견한다. 인간이 생각이 많은 것은 욕심이 많아서일 것이고, 그 욕심이라는 것은 범죄의 길로 인도하며 결국 인간을 타락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욕심을, 범죄의 길을 경계하기 위해서 산을 오른다.
78세의 홍성호 할아버지도 산이 주는 매력에 폭 빠져 “산이란 산은 다 가봤다”고 자신할 만큼 산사람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건강 만점의 노익장을 자랑하며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99년 1월 전국산림보호협회의 천안지부장에 추대, 지금껏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홍 할아버지는 올해 북면의 대형산불 진압에도 참여해 밤 12시까지 고생. 멀쩡한 양복 3벌 정도를 산불로 망가뜨렸다 할 정도니 그 열성이 어떠하겠는가는 상상이 가는 일.
작년에는 4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금강산을 밟기도 했다. 협회원들과 동행한 홍 할아버지는 그곳에서도 산불캠페인을 벌여 매스컴을 타기도 하는 등 산과는 어느덧 수어지교(水魚之交)의 사이가 돼 버렸다.
“앞으로 가 보고 싶은 산이 있는데, 바로 일본의 후지산이에요.” 특별히 후지산과 인연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안가봤으니 가보고 싶은 것이다. “남의 나라 산도 가봐야 내 조국의 산이 어떻다는 걸 알 게 아닙니까.”
산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과 사랑이 비단 홍 할아버지뿐이겠으나 젊을 때부터 산사람이 돼 버린 그의 일생은 범인(凡人)의 흔한 행동은 결코 아닐 것이다.
후지산은 돈이 없어서 못간다는 홍 할아버지. 그러나 언젠가는 가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라고 하지 않는가. 홍 할아버지의 바람이 간절할수록 그 기회는 빨리 오리란 걸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