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숙 '평학' 집행위원장
“제 큰 딸은 이제 중1입니다. 아이가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 오면 밤 11시, 새벽 2시쯤에 잠이 들어 아침에 다시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갑니다. 그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막막해요. 12월23일에는 또 일제고사를 치러야 한답니다. 지금의 교육현실은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요? 아이의 어깨에 얼마나 더 많은 짐을 지워야 하나요?”
학부모 활동이라고는 특별히 해본 적이 없다는 ‘일하는 엄마’ 윤호숙 씨는 현재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천안학부모회’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들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평가, 초6, 중1·2·3, 고1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겠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에는 더욱 바빠졌다. 지난 10일(금)에는, 교육복지실현을위한충남교육연대 활동으로 일제고사와 관련 충남교육청에 항의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윤 위원장에게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이유를 물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요. 일제고사는 초등학생에게 까지도 과도한 시험스트레스를 주게 돼요. 전국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개개인의 위치가 드러나는 일제고사는 그 자체만으로 커다란 압력입니다. 또 이 시험을 위해 모든 수업이 일시 중지되고 예체능과 전인학습이 뒤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겠죠. 또 사교육비를 자극하지 않을 수 없어요. 눈에 보이는 성적과 무한경쟁의 불안감은 최대한 사교육비에 올인하게 만들 수 밖에 없잖아요.”
윤 위원장은 현재의 교육현실은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를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교육복지 예산은 14억원이나 깎아가면서 16억원을 들여 일제고사를 봐야한다니요. 말이 되지 않아요. 요즘 엄마들을 만나면 서로 푸념하게 돼요. 사교육비 댄다고 아이 얼굴 맞댈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는데 그게 정말 애한테 보탬이 되는 일일까? 후회스럽지 않은 일일까? 하는 의심도 들고요. 그래도 불안해서 사교육에서 발을 빼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어쩌면 좋을까요?”
윤 위원장은 더 이상 이같은 반교육적인 교육정책에 아이들을 내버려 둘 순 없다는 입장이다.
“본인의 희망여부와 상관없이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정부의 행태에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평등교육실현을위한천안학부모회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다짐하듯 말한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