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가 한창이던 지난달 1일, 떨림과 긴장 속에 가슴 졸이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날 다름아닌 고등학교졸업 검정고시가 있던 탓이다.
민정씨는 중3이었던 1999년 커다란 교통사고를 당해 전동휠체어에 몸을 기대야 하는 지체1급 장애인이다. 사고 초기에는 목 아래부분 전체를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사고자체를 받아들이기조차도 쉽지 않았다. 다 포기하고 싶고, 좋지 않은 생각들만 머리를 맴돌았다. 마음을 다잡고 겨우 자신을 추스르게 된 것도 스무살이 넘어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게 되고, 일단은 검정고시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천안으로 이사 온 뒤 한빛회를 알게 됐고 그러다 2006년 10월, 한빛장애인야간학교에 입학하게 됐죠.”
집에 계단이 있어 등·하교를 고민했지만 한빛회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에 나섰고 어머니와 주변 지인들도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민정씨를 격려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몇 년만에 하는 공부는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경추를 다친 그녀는 체온조절조차 쉽지 않다. 날씨가 추운 겨울 서너달은 학교에 양해를 구해 집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짧지 않은 기간, 어렵게 준비해 온 모든 것을 토해내야 했던 시험 당일, 민정씨는 답안지 대필의 도움을 받아 결국 시험을 마쳤다.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웠지만 지난달 27일, 한빛장애인야간학교의 역사적인 첫 고졸검정고시 합격생이 됐다.
어머니를 비롯해 같이 공부를 하던 모든 이들과 선생님들, 지인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같이 공부하던 선·후배들의 부러움을 사는 그녀지만, 아직은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꿈과 계획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조만간 적성검사를 받아볼 예정이에요. 뚜렷한 목표도 세우지 못했는데 일단 대학에 들어가서 적응도 못하고 헤매고 싶지는 않거든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불확실성에 대한 그녀의 마음가짐은 이미 예전과 달라진 듯하다.
“제가 몸이 불편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사실 드물어요. 그래도 이렇게 고졸검정고시를 합격했다는게 자랑스러워요. 많은 다른 장애인들도 도전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이미 주위 사람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이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