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아마추어 최고, 홍성관씨
1백80㎝의 훤칠한 키에 조금은 까무잡잡한 피부, 고지식한 샌님같은 외모의 홍성관(46·천안시)씨는 요즘 보스턴을 달리는 꿈을 꾸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 4대 마라톤 대회의 하나. 그 명성만으로도 마라토너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보스턴을 달릴 자격은 천안 관내에 두 명뿐. 아니 좀더 찾아본다면 한 두명 더 있을 게다.
세계에서 유독 보스턴만이 ‘달릴 자격’이 주어진다. 홍씨의 나이가 46세인 것을 감안하면 3시간 25분대의 공식 기록이 있어야만 가능하며 홍씨는 3시간 10분 09초(동아마라톤·01년 3월)의 기록을 갖고 있다. 홍씨 말고는 50대의 이기혁(원성2동장)씨가 3시간 30분대 안쪽의 기록으로, 출전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은 30년전 공무원 말단생활을 같이 한 동료로서, 이번 보스턴에도 나란히 출전을 기약하고 있다.
보스턴은 내년 4월16일. 홍씨는 현재 42.195㎞의 마라톤 풀코스를 8번 완주했다. 보스턴전에 앞서 내년 1월 거제도 마라톤을 뛸 예정이어서 홍씨에게는 보스턴이 10번째 마라톤 완주 기념의 의미도 담고 있다.
“보스턴 마라톤에서의 기대라면 완주와 함께 좋은 기록을 갖는 거겠죠. 특히 10분을 단축해 3시간대 벽을 허무는 게 최대의 바람이에요.”
아마추어로는 관내 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홍성관씨. 그의 보스턴 영광이 이루어진다면 천안 마라토너와 시민들의 자긍심까지도 한단계 올려놓을 것임이 자명하다.
내년 보스턴 대회 출전, 3시간대 벽 깨기
새벽 5시25분이면 자명종과 맞춤예약한 TV가 천지를 울린다. 30년동안 반복한 일상인데도 매일 새벽기상은 낯설기만 하다. 졸린 눈 비비며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나선 새벽길. 무의식중에 달리기를 시작한 그는 상쾌한 새벽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어느덧 태조산 등산로를 달린다. 평행봉에도 매달려 몸을 흔들어 본 다음 내려오면 어김없이 6시30분.
홍씨가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5천m 달리기에서 3등을 하게 됐어요. 나 자신도 놀랐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등수에 들었다는 건 잘 달린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때 달리기에 매력을 느끼게 됐죠.”
그의 중학교 시절의 달리기는 이후 계속되어 그가 사는 신부동에서 태조산 등산로길의 4㎞ 남짓한 거리를 오르내린 지가 30년이 됐다. 그의 평소 운동은 97년 3월21일 첫 출전한 동아마라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당시 기록 3시간 31분.
이는 웬만큼 달린다는 사람의 첫 기록이 5시간대인 점을 감안하면 일정 경지에 도달해 있는 상태. 그가 말하는 자신의 달리기 스타일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든다.
“순발력은 없어요. 대신 일정한 상태를 유지해 나 정도의 기록을 가진 사람들은 20㎞까지는 앞서 나갔다가 따라 잡히게 되죠.
”최근엔 보스턴 꿈을 꾸면서 일주일에 한번은 20㎞의 태조산 순환코스를 뛴다고 귀띔.
홍씨는 달리기에 관한 한 천안을 사막에 비유하며 “올해 마라톤 클럽이 창립되며 단비역할을 자임, 동호인들을 결집할 수 있게 한 것은 무척 다행한 일”이라고 좋아했다. 혼자 마라톤을 한다는 건 마라톤 만큼이나 힘겹다는 것을 홍씨는 충분히 느끼고 있는 듯.
“정보파악부터 마라톤에 참가하는 것도 혼자 찾아다녀야 해요. 그에 따른 경비도 상당하지만 심적부담도 크죠. 특히 혼자라는 외로움도 무시 못해요.”
이제 홍씨에겐 천안마라톤 클럽이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어 흐뭇하다. 지난 10월에도 춘천 조선마라톤에 60명이 넘는 클럽 회원들이 참가해 홍씨의 동료가 돼 주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두 아이의 아빠로서, 그가 하는 취미활동은 패러글라이딩, 아마추어 햄, 태권도 공인 2단. 그러나 누가 그의 취미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마라토너’라고 자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