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믿겠는가. 실제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세상이 놀랄 일. 그러나 40여명의 장애인이 사는 사랑의 집(원장 윤경순?구룡동)에 사는 이현규씨는 자신있게 “통한다”는 말을 내뱉는다.
“우리 개들과 나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아요. 7년동안 수백마리의 개들과 생활해 왔으니 오히려 모른다면 바보죠.” 과장은 됐겠지만 그만큼 자신있어 하는 그의 말마따나 개들은 그의 말과 행동에 순종하는 모양을 갖춘다.
이현규(38)씨는 자신이 기르는 개들을 한껏 자랑하며 소개했다. 사랑의 집 안쪽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개들이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인다. 이씨의 말로는 3백50여마리쯤 된다고 하니 그 많은 개들을 세어볼 수도 없고…, 믿을 수밖에.
이씨가 사랑의 집에서 생활한 지는 2년. 그러나 그 전에 5년여의 생활이 더부살이처럼 스며 있다. “2년전 외도하듯 고향집에 가서 잠깐 생활한 적이 있었죠. 그러다 개 두 마리를 팔았는데 반값도 못받았다고 형님한테 혼쭐났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선 그 일로 인해 다시 병원신세와 사랑의 집을 다시 찾게 된 쓸쓸함이 묻어났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그지만 정신적인 불안감이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약간의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 다시 개들 얘기로 화제를 돌리자 이씨는 자신을 포함한 3명이 개들을 먹여 키우는 생활 면면을 중세기사의 모험담처럼 들려준다.
“내년 설쯤에는 원장님과 상의하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데, 잘 되면 같이 내려가 농사일과 여기에서 잘 해온 개들을 키우며 살고 싶어요. 이 나이에 내 삶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40의 중년에 접어들며 그의 머리속에 뱅뱅 도는 생각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 이씨는 자신의 인생에 다시한번 귀한 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