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에서 국제결혼까지 주선한다는 것인가. 서로 죽도록 사랑해서 만난 커플도 헤어지는 일이 흔하고, 부모형제가 중매한 결혼도 잘못되면 원망하며 원수 되는 세상이다. 시에서 주선한 결혼이 잘못되면 그 책임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아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산시립 가정·결혼상담센터’가 지난 12일(월) 열린 아산시의회(의장 이기원) 의원회의에서 도마에 올랐다. 가정결혼상담센터는 가정문제예방, 상담,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건전한 가정생활문화운동 등을 주요업무로 운영한다는 것. 또 ‘농촌총각 등 저소득층 국내·외 결혼상담 및 저소득층 결연사업, 합동결혼식’ 등을 주선한다는 계획이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면 정확한 정보제공과 신뢰성 확보로 사기결혼이나 위장결혼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산시는 결혼상담센터 추진을 위해 배방면 장재리 KTX역사 사무실을 무상임대 받아 소장 1명, 6급 행정직 1명, 사회복지직 1명, 일용직 1명 등 인력을 구성해 직접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미 건물리모델링 및 확장공사에 들어갔으며, 김세기 전 아산교육장을 대표로 하는 운영진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같은 계획을 밝히자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여운영 의원은 “전문상담기관이 많은데 아산시가 직영할 필요가 있는지, KTX역사는 접근성도 떨어지는데 저소득 가정을 위한 시설이라면 굳이 그 먼 곳에 설치할 이유가 무엇인가” 물었다.
이한욱 의원은 “최근 국제결혼을 통한 가정폭력 등 한국의 이미지 실추가 심각한데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도 많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차라리 공무원보다 지식이 풍부한 전문인력을 활용하고 아산시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정거묵 의원은 “이미 사업계획 수립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한 상황에서 의회에 뒤늦게 알리는 것은 의회의 의견과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은 “농촌총각과 저소득층 국내외 결혼 상담을 해주려면 아산시가 그 중개역할을 위한 국내외 출장비가 어마어마할텐데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또 이미 시작한 사업이라고 하지만 의회에서 예산승인을 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의원들을 가지고 노는 것인가”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기원 의장은 “무조건 좋은 사업이라고 해서 시작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돼 후회해서는 안 된다. 위치문제, 운영문제, 예산문제, 직원배치문제 등 의원들의 지적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