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솟대위로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이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산시 최고의 관광명소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에서 지난 19일~21일까지 3일간 ‘제8회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가 열렸다. 마을 입구에는 파란 가을하늘과 어우러진 오색 깃발이 줄지어 펄럭이고, 황금들녘의 허수아비 행렬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문화제 기간 동안 천혜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 풍경 자체만으로도 푸근함을 안겨주는 외암민속마을은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초가와 기와지붕 사이사이 빨갛게 익어가는 감나무, 긴 돌담 굽이마다 담쟁이 잎의 단풍드는 모습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더욱 절절이 느끼게 한다. 올해는 행사 당일까지 내린 비로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가을 하늘은 더욱 맑고 투명하게 빛났다. 농경사회 짚과 풀의 생활문화 재현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그대로 담겨있는 짚풀을 이용한 각종 생활도구들은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추수를 마친 농부들은 짚풀을 이용해 지붕을 보수하고, 새끼를 꼬고, 삼태기, 멍석, 바구니, 가마니 등 다음해 사용할 농사도구와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생활용품 제작에 이용할 수 없는 짚풀은 가축의 먹이나 땔감으로 이용됐다. 물에 젖어 썩은 지푸라기도 농작물 보온덮개로 이용되거나 땅 속에 묻혀 무공해 비료가 돼서 이듬해 풍년농사를 거들었다.삭막한 도시인들에게 전통적인 농경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가 ‘짚풀문화제’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에 그 풍성했던 체험무대가 대폭 축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전통문화 재현 눈길외암마을 곳곳에서는 전통문화의 재현행사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물레방아를 이용한 쌀 도정작업과 장작으로 불 지핀 아궁이의 가마솥에서는 엿물이 끓고 있었다. 또 한편에서는 뻥튀기 기계를 돌리는 아저씨의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뻥이요”를 외치며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이 진귀한 광경을 귀를 막고 지켜보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해맑았다.또한 망자와 가족의 이별장면을 재현한 상여행렬도 수많은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았다. 요령 흔드는 소리와 상주의 곡소리가 어우러진 상여가 마을을 빠져 나가며 막을 내렸다. 이어 장원급제자 행렬이 재현돼 상여행렬로 침통했던 분위기를 일시에 반전시켰다. 한편 외암마을 전시관에서는 전통혼례재현행사도 두 차례에 걸쳐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말뿐인 체험행사 못내 아쉬워해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 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전통문화축제인 외암마을 짚풀문화제에서 짚풀체험행사의 부재는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는 별도 체험행사장을 만들어 갖가지 짚풀공예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한데 반해 올해는 체험장을 찾기조차 힘들었다. 무대 중심의 화려한 공연행사보다 소박한 체험을 통해 무엇인가 추억으로 남길 수 있도록 했다면 어땠을까. 시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며 윤종인 부시장의 언론브리핑을 통해 “이번 문화제는 관람 위주가 아닌 체험 위주의 행사로 전환했다”며 “어른들에게는 지난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고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우리문화와 조상의 지혜를 배우며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홍보문에는 허수아비만들기, 풀잎공예, 손두부만들기, 모형곤충만들기, 천연염색, 짚풀벽돌난, 고구마캐기, 다식만들기, 왕골공예, 떡메치기 등 20여 가지 체험행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실제 체험 가능한 행사는 거의 없었고 몇 가지는 전시행사에 그쳤다. 외암민속마을 짚풀문화제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던 문화를 재현하고, 옛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축제로 8년째 성장해 왔다. 그러나 내년에 보다 완성된 축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올해 행사를 되돌아보고 미숙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과 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