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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창밖의 아줌마였다”

“나는 한때 창밖의 아줌마였다”

등록일 2007년10월02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김성림·40·충청남도장애인부모회 대표 “참으로 모진 세월을 오랫동안 눈물로 견뎌왔다. 나는 어느새 창밖의 아줌마가 돼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너무도 뼈아픈 상처들이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싶다.”자폐성 발달장애 동호(13·초등학교 5년)의 어머니 김성림(40·충청남도장애인부모회 대표)씨와 자리를 함께 했다. 두 시간 남짓 짧은 만남으로 지난 13년의 세월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세상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인생만큼은 순탄할 것이라 여기던 김 대표에게 찾아온 첫 번째 아픔은 동호가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그나마 그때는 조금 나았다. 아직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기 때문에 아프지만 보듬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아픔은 지난 2003년 동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더욱 커졌다. 차라리 장애아동들만 교육받는 특수학교에 보냈더라면 당장의 어려움은 덜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생 장애인들 속에서만 보호받으며 살 것이 아니라면 일반학교에서 비장애 아동들 속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해서 더 낫겠다는 생각에 일반학교를 택했다.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더 힘든 나날이었다. 동호와 함께 등교하며 눈물로 보낸 날들이 더 많았다. 수업시간에 동호 뒷자리에 앉아 교실을 뛰쳐나가려는 동호를 다시 앉히고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집안일을 모두 제쳐두고 하루 종일 동호에게 매달려 있어야 했다. 오죽하면 ‘부모가 자식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될 텐데…’라는 걱정을 하겠는가.”아무리 다부지게 마음먹었어도 동호와 함께 한 학교생활은 그리 녹록치가 않았다. 수업시간마다 교실에 앉아있기 부담스러워 복도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창 밖에서 서성이며 동호를 지켜보는 엄마의 모습이 같은 반 아이들에게는 ‘창밖의 아줌마’로 비춰졌다. 그해 4월 같은 처지의 부모들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아산에서 장애인부모회가 결성됐고 지금까지 김성림 대표가 그 중심에 서있다.“장애인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어렵게 마련한 집을 팔고, 적금을 깨고, 가정불화는 물론 이중삼중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가정이 많다. 결국 장애인 문제는 이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지만 현실은 아직 냉담하기만 하다.” 심지어 사회적응훈련을 위한 교육캠프 참여에 앞서 여행자보험을 신청했지만 보험사측으로부터 거절당하는 일까지 있었다. 말로만 사회통합을 부르짖으며 실제는 차별과 편견이 팽배해 있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최근 충남장애인부모회 아산지회는 용화동에 국가에서 위탁받은 장애전담 어린이집 개원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가 한창이다. 10월에 개원하게 될 장애전담어린이집은 장애아동의 잠재능력을 개발하고 장애를 경감시켜 사회인으로 독립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국공립어린이집이다. 이 곳에서는 감각, 물리, 수, 언어, 인지 등을 치료하고 노래와 율동, 체조, 감각통합, 과학, 요리, 대근육, 자유선택활동, 안전 등을 교육하게 된다. 이곳은 취학 이전에 학무모들이 충분한 정보교류를 통해 진로를 결정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이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에게는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장애인들이 스스로 독립된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직업재활시설도 빠른 시간 안에 추진됐으면 좋겠다”며 간절히 소망했다.한편 개원을 앞둔 장애전담어린이집에서는 장애아동을 사랑으로 보듬어 줄 보육교사, 특수교사, 치료사, 취사원, 대형면허 운전기사를 기다리고 있다.문의:☎544-3691~2, 017-281-4887

이정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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