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최대의 곡창지대인 영인면 백석포리 ‘아산맑은쌀명리화단지’의 농민들이 출수기 계속된 비로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탕정포도 - 수확량 절반도 안 돼사과·배 - 성장저하 상품성 영향 쌀 - 일조량 부족 수확량 감소 우려 밭작물 - 고추·단호박·노지 밭작물 악영향농민들은 올해처럼 농사짓기 힘든 해도 없었다고 한다. 연초부터 한미FTA 협상문제로 농심을 자극하며 시작된 한 해 였다. 한미FTA타결 소식에 거리로 나온 성난 농민들이 정부협상단을 향해 울분을 토한 것도 잠시. 곧이어 미국산 소고기가 곳곳에 물밀듯 밀려왔다. 광우병에 대한 안전성 시비가 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뼛조각부터 아예 통뼈까지 포함된 소고기가 하루가 멀다하고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는 가운데 대형할인매장 뿐만 아니라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까지 우리 생활 주변에는 수입산 농산물들로 넘쳐나고 있다. 신선식품으로 분류되는 과일과 야채에서부터 주식인 쌀과 잡곡, 버섯, 콩, 깨, 돼지, 닭 등 이제는 우리농산물이 어떤 것인지조차 분간이 힘들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묵묵히 삶터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는 일기까지 도와주지 않고 있다. 장마철과 구별이 힘든 뒤늦게 찾아온 유례없이 긴 우기가 농작물의 또 다른 복병으로 지적됐다. 이제 가을의 문턱을 넘어 수확의 계절을 맞고 있다. 수확기를 맞아 결실과 풍요로 넘쳐야 할 농촌들녘에는 여기저기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이어졌다. 마를새도 없이 하루건너 비아산시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8월은 16일간 비가 관찰됐다. 하루건너 하루가 비오는 날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 비 온 날이 4일 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무려 4배에 가깝다. 9월 들어서는 6일 연속 비가 내렸다. 아산의 대표적 특산물인 탕정포도의 본격적인 수확기가 8월20일 이후부터 한 달 정도 출하되지만 계속된 비로 10일 이상 수확의 최적기를 놓쳐 버렸다. 착색불안, 열과(포도알 터짐현상)로 인한 상품성 저하, 낮은 당도, 소비위축 등으로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부 수확자체를 포기하는 농가도 발생했다. 사과와 배도 비대기(과일이 크는 시기)에 영향이 컸다. 농업기술센터 권순택 계장은 “원앙은 수확이 끝났지만 추석출하를 위해 성장촉진제인 지베렐린을 처리한 과일은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9월 날씨가 상품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아산 제1의 곡창지대며 ‘아산 맑은쌀’의 발원지인 영인면 백석포리에서도 일조량 부족으로 생산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아산맑은쌀명리화단지’에서 22만3000㎡의 벼농사를 짓고 있는 아산농민회 장석현 회장은 “앞으로의 날씨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작년보다 20~30%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잎집무늬마름병으로 이미 죽은 벼이삭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산시농업기술센터 김정규 계장은 “현재까지 관찰결과 일조량 부족은 있었지만 생산량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올해는 멸구나 도열병 등의 피해는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날씨가 변수”라고 말했다. 아산시쌀전업농회 신철종 회장은 “최근 계속된 비는 추석 이전에 수확되는 쌀에는 치명적이었다. 일부 논에서는 제때 수확을 못해서 벼에서 싹이 트는 현상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비에 가장 큰 피해는 밭작물 이었다. 여름철 일조량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고추는 병해충으로 죽어갔고, 노지에서 재배되는 각종 야채는 밭에서 녹아버렸다. 어떤 농가는 수확을 한창 해야 할 시기에 병든 고추를 뽑아버리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