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44·탕정면 호산3리“건질 것이 하나도 없네요. 무심한 하늘도 원망스럽고….”아산시 탕정지역 포도농가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포도의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은 지난 8월 말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아산시 일기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8월26일부터 9월6일까지 단 이틀만 빼고 10일간 비가 내린 것으로 관찰됐다. 홍수로 범람하는 큰 비는 아니었지만 농작물 생육에는 치명적이었다. 특히 수확시기를 열흘이나 잃어버린 포도농가에서는 그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10일 만에 활짝 갠 지난 7일(금) 포도농가에서는 포도 한 송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눈코 뜰 새조차 없는 하루를 보냈다. 포도수확이 한창인 김헌식(44·탕정면 호산3리)씨 농장을 찾았다. 5000㎡의 농장에서 매년 5㎏들이 2000~2500상자를 최상품으로 생산하던 김씨 농장에서 올해는 500~700상자를 생산하기도 힘들 것 같다며 한숨짓고 있다.다행히 이날 김씨는 3명의 가족과 7명의 인력을 확보했지만 일할 사람조차 구하지 못해 애태우는 농가도 많았다. 또 비온 뒤라 땅이 질퍽거려 수확작업도 쉽지 않아 보였다.포도송이를 딸 때마다 절반 이상의 포도알이 떨어져 나간다. 바닥에 떨어진 포도가 발효되며 와인냄새가 진동할 정도다. 상품성도 말이 아니다. 이 포도로 얼마나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현재 김씨를 비롯한 탕정지역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예견되고 있다. 아산신도시 2단계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 농토를 내주고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땅을 임대해서 농사짓던 농민들은 삶의 터전과 보금자리를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이곳에서 얼마나 농사를 더 지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힘든 농사가 되고 있다. 신도시가 발표된 이후부터는 포도나무가 죽어도 새로 심을 수조차 없었다. 해마다 수확량도 줄고 소득도 줄고…, 속 모르는 사람들은 탕정 신도시 편입에 따른 보상으로 엄청난 부와 재산을 축적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곳 주민들의 고통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김씨는 삶의 터전을 내주고 떠나야 하는 소규모 농민이나 임차농민들의 처지가 올해 망쳐버린 포도농사와 다를 바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