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수(69·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한 개 한 개의 구슬을 찾아 닦고 손질해서 마침내 5492개의 구슬을 다 꿰어 놓고 보니 그 현란한 빛깔에 실로 눈이 부시다.”1992년 한국시조대사전 편찬당시 책을 완성한 후 박을수(69)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가 한 말이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2007년 어느 날 “당시 5492수의 시조에 271수가 새롭게 더해져 5763수로 더욱 윤택해졌다”며 “1992년 당시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꼭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 교수는 이어 “앞으로 15년 후에도 새로운 보유편을 내놓고 싶지만 아마도 그 기쁨은 나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후학 중에서 누군가가 이 작업을 계속해 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자위하려고 한다”며 아쉬움 반 기대 반의 긴 여운을 남겼다. 국학(國學)과 시조(時調) 연구에 한평생을 바친 박 교수는 최근 16년 만에 1992년 자신이 내놓은 ‘한국시조대사전(상·하권/1911쪽 분량)’에 담지 못한 시조 유산 271수를 새로 발굴해 ‘별책보유(308쪽 분량)’를 편저, 시조 분야를 연구하는 후학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고 있다.박 교수는 우리나라 시조 분야의 거목으로 오래 전부터 존경받아왔다. 특히 1992년 당시 방대한 분량의 시조를 ‘韓國時調大事典’(한국시조대사전, 상·하권)으로 집대성한 일은 학계의 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의 ‘한국시조대사전’이 나오기 전까지 한국의 시조문학에 대한 사전류로는 유일하게 1966년 10월10일 신구문화사가 발행한 정병욱 교수의 시조문학사전이 주석사전으로서 대표적 시조사전으로 사용됐고 이 사전에는 2376수가 전부였다.박을수 교수가 1992년에 편저·발간한 ‘한국시조대사전’은 당시까지 발표된 82종의 시조집(時調集)과 117종의 문집(文集)·판본(板本)·필사본(筆寫本)의 책자, 그리고 기행문·일기·서한문·신문 등에서 수집한 시조작품 총 5492수가 수록됐다.한국시조대사전은 시기적으로 고려 말 작품에서부터 1728년 김천택에 의해 편찬된 ‘진본 청구영언’, 개인가집인 안민영의 ‘금옥총부’ 등을 거쳐 1910년 폐간된 ‘대한민보’에 수록된 작품에 이르기까지 약 800년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다뤘다. 사전의 편차는 ▷제1부 고시조편 ▷제2부 개화시조편 ▷제3부 보유편 ▷제4부 자료편 등 전4부로 이뤄졌다. 한국시조대사전은 ▶한국문학사에서 ‘시조’ 라는 단일 분야의 최대 조감도라는 점 ▶가장 많은 시조유산 5492수를 주석한 사전이라는 점 ▶이 방대한 양을 혼자의 힘으로 작업했다는 점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교육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고시조와 개화시조가 처음으로 학계에 공개됨으로써 한국 시조문학의 최대 유산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별책유고’가 책으로 발간된 것은 박을수 교수의 한평생 시조연구에 대한 집념의 결과로 사실상 대한민국 모든 시조를 총망라한 결정체라 할 수 있다.271수의 새로운 시조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박 교수는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저장된 원고가 없어질까 두려웠다”고 후일담도 털어놨다. 또 “책을 펴낸 아세아문화사는 원고를 본 후 판매량과 상관없이 책에 대한 발행의사를 밝혀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1938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난 박을수 교수는 1965년 고려대 국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4년 경희대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이어 서울 환일고, 한영고, 한양여자전문대 등에서 강의하다 1984년부터 순천향대 국어국문학과에서 지금까지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개화기 저항시가연구’ ‘한국시조대사전’ ‘삶의 갈피에서 찾은 진주’ 등 상당수다. 특히 박 교수의 ‘한국시조대사전’은 국어교사 임용준비에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