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성웅이순신축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주제와 집중력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마상무예 시범장면)
이순신·곡교천·현충사 훌륭한 자원… 주제의 집중력과 접근성 아쉬워 국난을 극복한 민족의 성웅 이순신(1545~1598)을 주제로 한 ‘제46회 아산성웅이순신축제’가 1일(화) 4박5일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순신 탄신일(1945년4월28일)을 전후해 매년 아산에서 열리는 이순신축제는 충효정신을 바탕으로 한 대표적인 교육문화 축제다. 성웅 이순신은 한민족의 고유정서를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역사적이면서도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훌륭한 축제 소재라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순신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한 현충사와 묘소가 아산에 있다는 점은 행사 주체는 물론 시민들에게도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아산은 장군이 8세부터 성장기를 보낸 역사적으로 매우 뜻 깊은 곳이다. 올해 축제는 4월27일(금) 길놀이를 시작으로 5월1일(화) 강강술래 공연팀과 시민이 하나 되는 화합행사를 끝으로 막이 내렸다. 주말인 4월29일(일)까지는 청명한 날씨 덕분에 행사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유채꽃 만발한 곡교천은 축제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을 불러들이는 데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는 평이다.그동안 관이주도해서 열린 이순신축제는 민간이양의 절차를 밟기 위해 올해부터 온양문화원에서 집행을 맡았다. 바쁜 업무와 병행하면서 휴일까지 반납해가며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들에게 칭찬을 아낄 수 없다. 거기다 매일 400~500명씩 2397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안내, 청소, 행사진행, 급수봉사, 주차관리, 통역 등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맹활약을 펼쳤다.4박5일간 행사는 보이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아산성웅이순신축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격다짐으로 진행된 백의종군 체험백의종군체험 범국민건강걷기대회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모진 시련을 겪으면서도 쓰러져가는 나라를 구한 백의종군 정신을 이어받고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장군이 몸소 실천했던 구국애민의 정신을 체험하기 위한 교육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야심차게 기획됐다. 시에 따르면 당초 계획된 3000명보다 많은 학생과 시민 4000명 이상 참여했다고 밝혔다. 실제는 대부분 학생들이었으며, 자발적인 시민참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 현충사에서 음봉면 이충무공 묘소까지 9.4㎞ 구간을 걷는 동안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짜증 섞인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9.4km 구간을 실내화로 보이는 슬리퍼를 끌고 완주한 후 “발등에 물집이 잡힌 것 같다. 발에 쥐가 나는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체육복이나 비교적 편한 복장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지만 교복차림으로 걷기행렬에 동원된 학생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교복을 입고 2시간 여 동안 쉬지 않고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걷는 학생들의 모습은 교육 차원을 넘어 극기훈련으로 보였다.장애인이나 노약자 위한 배려를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쉬웠다.곡교천을 배경으로 넓게 조성된 행사장은 천혜의 훌륭한 무대였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배려에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은행나무길 맞은편 드넓은 주차공간에 장애인을 위한 주차시설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행사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또한 주차문제를 해결했다 하더라고 행사장 내에서의 이동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특히 이번 행사장에서 많은 인기몰이를 했던 무과전시의 객석에는 휠체어 이동 자체가 불가능했다. 화합 차원에서 행사장 입구에 장애인 도우미를 배치하고, 주차편의가 함께 제공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또한 넓은 행사장을 오가는 노약자들이 잠시 앉아서 휴실을 취할 만한 곳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유채꽃 축제가 한창인 충북 청원군 오창면의 행사장은 행사장 모든 곳이 쉼터 구실을 한 점과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야시장 문화도 축제로 봐야하나야시장은 행사기간 내내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불야성을 이루며 인파가 몰렸다.축제에서 먹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여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먹거리 장터는 대낮부터 취객들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어둠이 밀려오자 행사장 주변에서 노상방뇨를 일삼고 비틀거리며 고성이 오가는 취객들의 모습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축제가 아닌 야시장 문화만을 즐기러 온 방문객들도 적지 않아보였다. 이것을 시민의식 탓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축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교복차림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사행성 오락을 즐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청소년들은 지폐를 동전으로 바꿔 던지고 주인은 수북이 쌓인 동전을 바구니에 쓸어 담는 모습에서 교육축제를 표방하는 아산성웅이순신축제의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축제를 찾은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도시락을 펴놓고 먹을 수 있는 장소적 배려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은 축제의 질적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편의시설 부족도 행사장 일찍 떠나게 해‘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집에 다녀왔다’는 방문객도 있었다. 손에 쓰레기를 들고 어디에 버려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일부 흡연자들은 담배를 핀 후 꽁초처리 할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 곡교천을 오염시켰다. 어린이들도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고 버릴 곳을 찾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화장실에도 휴지통 하나 없고, 행사장 어느 곳을 둘러봐도 휴지통이 없었다. 휴지통 없는 행사장은 곡교천 오염의 또다른 주범이다. ‘자신의 쓰레기는 자신이 되가져 갑시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축제기간 만큼은 무책임으로 비춰졌다.축제의 주제와 집중력 높여야시원하게 흐르는 곡교천을 끼고 양갈래로 펼쳐진 둔치를 활용한 무대는 최고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좋은 환경을 최적화했는지는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나무거리와 현충사의 축제활용 미진에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5일간 행사를 지켜보며 분석했다는 호서대학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정철상 교수는 “아산시는 전국 어디서도 찾아보기는 힘든 훌륭한 자원(곡교천, 현충사, 은행나무거리, 전문인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주제를 부각시키면서도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우선 고민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 지역 축제와 차별화되지 못한 프로그램은 과감히 정리하고 곡교천에 볼거리를 좀 더 개발해 줄 것을 제안했다. 특히 먹거리 장터는 최소화해야 하며 야시장의 성황은 축제를 오히려 반감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곡교천에 이순신 장군의 전술을 묘사한 해상전투 장면을 특수효과로 연출한다든지 국내외 자매결연 도시의 수준 높은 공연, 대학생 공연확대 등 적절한 안배와 조화, 연계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산시 문화관광과 유근봉 과장은 “축제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전문 인력을 동원해 방문객 만족도 조사 등 다각도로 분석할 계획”이라며 “올해 평가된 내용은 내년 축제에 적극 수렴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