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원·50·천안중앙병원 원장“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경험을…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도 그저 좋아하기만 하는 술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지난 20여 년간 정신과 진료실에서 직접 상담한 환자들의 사례를 ‘지금 정신과에서는…’이라는 책으로 엮어 주목받았던 김창원(50·천안중앙병원 원장, 전 천안신경정신과의원) 박사가 ‘알코올과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책을 발간해 또다시 독자들 곁으로 다가왔다.“애주가라면 한 두 번쯤 경험해 봤음직한 일이다. 과음한 다음날 발생하는 기억상실은 본인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든다. 여관방이나 자기 집 안방에서 눈을 뜬 후에 자신이 왜, 어떻게 해서 지금 이 곳에 와있는지 알지 못해 두려움까지 생긴다. 더욱이 직장상사에게 대들었다든지 사소한 문제로 주위사람에게 시비를 걸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거래처의 중요한 비즈니스를 위한 자리였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이 책에서 김 박사는 술(알코올)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불균형을 증상별, 단계별로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 또한 단계별 증상에 따른 심각성을 경고하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흔히들 과음으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흐트러지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고생하고 나면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우리의 회식문화가 개인의 의지를 지켜줄 만큼 너그럽지 못하다. 또한 사회적 분위기가 술 권하는 사회 아닌가. 저녁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진다. 이어 2차, 3차 계속되는 술자리로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한다. 그러다 도가 지나치면 어느 순간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돼 버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김 박사의 술에 대한 첫 번째 경고다. 김 박사는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자신의 주변을 어떻게 파괴시켜 나가는지 생생히 전한다. 자신의 알코올중독을 깨닫지 못한채 극복하지 못한다면 가정불화가 시작되고, 직장과 친구를 잃고 결국엔 모두 떠나 폐인이 되기도 한다고.‘지금 정신과에서는…’은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 몸의 상처치료 못지않게 중요함을 강조하며 불면증, 두통, 우울증, 성격장애, 혼외정사(이성관계), 소아정신이상, 알코올중독 등 포괄적인 정신과 진료 내용을 폭넓게 다뤘다. 반면 이번에 펴낸 ‘알코올과 알코올의존증’에서는 술에 대한 내용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특히 저자 스스로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애주가”라는 점을 밝히고 술의 정체에 대한 내용부터 시작한다. 책의 앞부분은 그리스신화, 구약성서, 고대중국, 우리나라의 문헌을 찾아가며 동서양 술의 역사와 종류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또한 술의 종류와 재료를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술의 성분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체내에서 일으키는 신체적, 정신적 반응을 알기 쉽게 서술했다. “술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여러 문헌을 보면 그것은 이미 인류역사의 시작 이전에 존재했고 인류와 함께 뗄 수 없는 관계로 지속돼 왔다. 우리나라 건국신화를 비롯한 각종 역사서, 최근 TV드라마까지 술이 등장하지 않는 곳이 없다.”술자리에서 역사가 탄생하는가 하면 마감하는 경우도 생긴다. 술자리에서 사랑과 우정이 싹트기도 하지만 술로 사랑과 우정이 깨지기도 한다. 한때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국회의원의 성추행 파문도 술자리에서 생겼으며, 최근 불거진 재벌가 부자의 폭행연루 사건도 따지고 보면 술이 화근이었다. 김 박사는 책에서 자가진단표와 함께 알코올의존 정도측정, 주변의 음주제안을 거절하는 방법까지 세심하게 논하고 있다.“생각해 보자. 자신이 술에 빠져있는 동안 아내와 자식과 친지와 사회에 끼친 해악을 돌아보라. 우리를 즐겁게 하기도 하고 울리기도 하는 술은 과연 벗인가 적인가. 해답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술을 너무 좋은 친구라 여기면 언젠가는 술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술과 함께 비극적 종말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