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수) 천안시 성남면 백운산 자락에 산불이 발생, 3천여평의 소실 피해가 있었다.
나뭇가지 태운 후 작은 불씨가 번져 3천여평 소실
지난 21일(수) 천안시 성남면 백운산 자락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 산불은 백운산 자락을 2시간여 동안 태우며, 3천여평의 소실 피해를 입혔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오후 1시40분경 발생한 산불은 헬기와 수대의 소방차, 펌프차와 함께 공무원을 비롯해 경찰병력, 민간인 등 수백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이들의 노력으로 4시가 넘어서야 진화됐으며, 이후 잔불처리로 2시간 이상을 애썼다.
산불 조기진화 문제점은 ‘건조한 바람’
이번 산불의 조기진화가 어려웠던 점은 ‘건조한 바람’이다.
이로 인해 인력의 역할은 고작 잔불 퇴치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소방차가 약간 늦었던 점도 하나의 요인.
소방관계자는 이에 대해 “산불발생 접수시 바로 출동했으나 바로 인접한 곳에 작은 불이 발생, 그곳으로 착각했다”는 것.
이 때문에 실제 대형산불로 번진 화재현장엔 늦게 도착했다.
또하나, 화재현장까지는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소방차도 두세대만이 겨우 들어가길 시도했으며, 나머지 차량들은 그곳으로부터 3백~4백m 정도 떨어진 도로가에 세워둬야만 했다.
진압인력을 태운 차량들도 도로가에 세워둔 채 먼 거리를 뛰어야 했다.
산불 발단은 한 노인으로부터 시작
사건의 발단은 산 중턱에서 홀로 사는 노인 백모 씨(84)로 부터다.
산불이 진화될 무렵, 백 노인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산불로 번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후회했다.
백 노인은 점심 무렵 나뭇가지를 좀 태우고 노심초사 물로 확실히 껐다는 것. 그리고 시내에 다녀와 보니 그곳에서 살아난 불이 바람결에 인근 산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술했다.
“바람이 부니까 사람 힘으로는 감당 못해 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했지.” 지긋한 나이의 백 노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백 노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한 주민은 그가 작년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산불을 냈다며 ‘이번이 세 번째’임을 지적하고 이 때문에 주민들이 곱지 않는 시선이라고 귀띔했다. “결국 이번엔 대형산불을 일으켰구먼.”
대형산불에 가려진 또다른 산불
이번 산불 진원지에서 1백m도 채 안 떨어진 곳(성남면 신사리 일대)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 불은 2백여평 태운 정도였지만 자칫 백운산 자락을 다 태운 대형산불의 공범이 될 뻔했다.
이 산불은 대형산불 시점과 비슷하다. 그러나 조기에 20여명의 주민들 협조로 금세 진화될 수 있었다.
근처에서 일하던 황모 노인의 말에 의하면 밭두렁을 태우다 불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번져 나갔다는 것.
한편 산불신고를 받고 달려온 소방차가 헛걸음을 하고, 실제 지역으로 되돌아가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용감한 소방차의 최후
산불진화가 거의 됐을 무렵, 펌프차 한 대가 산 중턱 소로길에 붙잡혀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뒷바퀴가 길을 벗어나 계곡 난간으로 빠진 채로 있고, 앞바퀴도 그 덕에 들려 있었다.
2톤 반의 이 펌프차는 산불지역에 최접근, 산불진화에 필요한 물을 공급한 후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펌프차 담당인 천안소방서 수신지소 명노광 소방교는 차가 빠진 채로 한때 산불이 접근해 “차까지 산불의 먹이가 될까봐 전전긍긍” 했다고.
명 소방교는 가까스로 산불진화가 끝난 5시30분경 펌프차 수습처리를 위해 렉카차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