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김씨의 옆구리와 어깨에 피멍자국이 선명하다.
인주농협 대의원, ‘조합원 탄압’ 억울함 호소“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겠지만 가슴에 입은 심적 고통과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이다. 홀대받고 소외받는 농민조합원의 한사람으로서 너무 분하고 원통하다.”지난 8일(목) 대의원총회에서 언급한 말이 화근이 되어 조합장과 감사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아산시 인주농협 대의원 김모(62)씨는 조합장 지모씨와 감사 김모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마을주민 10여 명이 있었지만 말릴 틈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인주지역에서는 이번 사건이 “힘 센 ‘조합장과 감사’가 힘없는 ‘조합원과 대의원’을 탄압한 사건” 이라는 숨죽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농협경영을 물샐틈없이 감시하겠다’던 감사와 ‘투명한 조합운영과 조합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일하겠다’던 조합장은 저항능력조차 없는 힘 없는 김씨(2급 시각장애인)를 왜 폭행한 것일까. 기자에게 사건을 제보하고 접촉한 인주농협 몇몇 조합원들은 “조합장과 감사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인권유린이며, 조합원에 대한 탄압이다. 이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불과 일 년 전 2선 조합장에 당선된 지모씨는 “점점 어려워지는 우리 농촌의 현실을 용기와 희망을 갖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말로 지지를 호소했고 조합원들은 그를 선택했다. 인격 모독 폭언현재 아산시내 모 병원에 입원 치료중인 김 씨에 따르면 대의원 총회 당일 오후 6시30분경 감사 김모씨와 조합장 지모씨가 찾아와 떠밀고, 양쪽 정강이를 걷어차고, 휘두른 주먹에 모자와 안경이 벗겨져 날아가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이 폭행 도중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인격적 모독을 가했다고 주장했다.심지어 김씨가 이웃의 도움으로 자리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조합장이 집까지 찾아와 문을 열라며 (문을) 두드리는데 공포스럽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씨가 문을 열지 않자 조합장이 “××이 문을 잠그고 열지도 않는다”며 폭언이 이어졌다고.김씨는 “사실 나는 장애인이다. 조합장의 ‘××’이라는 언행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차마 감당하기 힘든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고 말했다.또한 “대의원 총회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 것이 문제였다면 결국 조합원을 대표하는 대의원이 조합운영에 관여하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문제의 발단은 지난 8일(목) 열린 대의원 총회로 보인다. 총회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2시까지 4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당시 추곡수매를 비롯한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해 대의원들의 집요한 질문공세가 이어졌고, 당시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앙금으로 남아 폭력사태까지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농협중앙회의 감사를 새로 요청해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조합장-“농협을 욕해서 기분 나빴다”“술에 취해 이성을 잃은 상황에서 (김씨가) 농협을 욕해서 기분 나빠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그 분의 신체장애를 비하하거나, 조합원이나 대의원을 무시한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조합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취중 폭언과 실수는 인정하지만 김씨가 주장하는 폭행사실은 부인했다. (김씨의) 정강이와 어깨, 옆구리 등에 생긴 피멍자국은 서로 엉켜 밀고 당기고 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또한 조합장 본인도 이 과정에서 넥타이에 목이 졸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이어 김씨의 집을 찾아갔던 이유는 “그분(김씨)은 고향 선배다. 후배된 입장에서 저지른 실수를 형님께 사과하기 위해서 찾아갔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며 김씨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지난 9일(금) 김씨가 입원한 병실에는 조합장을 비롯한 ‘김씨를 달래기 위한’ 발길이 이어졌다. 심지어 어떤 방문객은 조합장의 입장을 대변하며 김씨에게 ‘술 먹고 실수한 일을 가지고 너무 그러는 것 아니다’라며 타이르는 사람도 있었다.김씨는 “60 넘은 이 나이에 세상에 그런 험한 일을 당하고 나니, 억울하고 분해서 밥 한 술 못 먹고, 잠 한 숨 못 잤다”고 말했다. 김씨의 부인은 이번 사건의 충격에 집밖 출입조차 어렵다고 한다. 현재 병실은 김씨의 손위 누이 두 명이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