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역사를 기록하는 정경옥(왼쪽)과 김영훈 속기사(오른쪽).
김영훈(43)·정경옥(42)/아산시의회 속기사“지금 발언은 속기록에서 빼는 것이 어떻습니까? 속기 잠시 중단해 주세요.”의회 방청을 하다보면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말까지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 적는 것이 속기사의 일이다. 아산시의회(의장 이기원) 제110회 2차 정례회가 지난달 27일(월)부터 12월26일까지 30일간 긴 일정에 들어갔다. 회의장에서 오고가는 모든 발언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는 아산시의회 두 명의 속기사를 만났다. “의회 개원 전 날부터는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해요. 음식도 소화가 잘 되고 부담스럽지 않은 것으로 가려 먹어야 돼요. 물론 물도 적게 마시죠. 회의 중에 화장실을 갈 수도 없으니까요. 한 번은 음식조절을 잘 못해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거든요.”<김>아산시의회 속기사 김영훈(43)씨. 김씨는 96년 입사해 올해 10년째 아산시의회의 기록물을 남기고 있다. “의회 속기록을 작성하면서 각 지역마다 주민 숙원사업이 무엇인지, 그 사업이 해결됐는지 아니면 표류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산에 대한 애틋한 정과 사랑이 싹트고 있답니다.”<정>또 한 명의 속기사 정경옥(42)씨. 정씨는 시?군 통합 이전인 91년 아산군의회에서부터 속기록을 작성해 왔다. 지금까지 15년째 시의원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씨에 의해 기록돼 왔으며, 앞으로도 기록될 것이다. 아산시의 각종 민생현안에 대해 이들 두 명의 속기사보다 많이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각 지역의 민의를 대변하는 시의원들의 시정 질문과 이에 답하는 시장을 비롯한 각 실?국장들의 답변내용까지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람인데 놓치는 부분이 왜 없겠습니까. 발음상의 이유로 알아듣지 못하거나, 두세 명이 동시에 발언할 때 속기의 허점이 생기기도 하죠. 이럴 땐 보조수단으로 녹음기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됩니다.”<김>“맞아요. 특히 일정한 발음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의원님마다 목소리나 말의 패턴, 빠르기 정도가 다르니까요. 빨리 각 의원님들의 개성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죠.”<정>글로 쓰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두 사람은 1분에 300~400글자를 받아 적는다. 시의원들은 회의 중 급한 용무(?)로 자리를 이탈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꼬박 앉아서 지켜야 한다. 올해 마지막 정례회에서는 시정연설, 예산안제안설명, 중기지방재정계획, 2007업무계획보고, 조례안심사, 기금운용계획심사, 행정사무감사, 예산안심의, 시정질문답변 등 두 명의 속기사가 교대인력도 없이 강행군을 해야 한다. “2시간 이상 쉬지 않고 회의가 진행될 때는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한답니다. 특히 졸음이 쏟아질 때면, 허벅지를 꼬집어가면서 자리를 지키죠. 어떤 날은 허벅지가 온통 시퍼런 멍과 볼펜자국으로 얼룩지기도 합니다.”<김·정>이럴 때 나타나는 이들만의 직업병이 있다. 목과 어깨의 통증, 손목터널증후군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 뒤에 찾아오는 이들만의 기쁨과 보람은 더욱 크다고 한다. 특히 자신들이 작성했던 기록들이 인쇄돼 기록물로 나올 때 느끼는 희열은 모든 피로를 잊게 해준다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록물(속기록)은 정치와 행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습자료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제5대 아산시의회 의원들의 첫 행정사무감사와 2007년 예산안심사, 시정질문에서 의원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입증해 줄 기록물들이 오늘도 이들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