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천안생협 등 5개 단체는 아라리오광장 앞에서 수입쌀 시판반대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도입을 주장하며 거리캠페인을 벌였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도입과 수입쌀 시판 반대를 위한 소비자 길거리 운동“나는 반드시 우리 쌀을 먹겠다. 소비자는 알고 먹을 권리가 있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즉각 도입하라!” 우리 쌀을 지키고 먹겠다며 소비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달 30일(수) 신부동 아라리오광장 앞에서 ‘식량주권’‘소비주권’을 지키기 위한 불씨가 지펴지고 있었다.이 땅에 남아있는 8%의 농민을 92%의 소비자들이 지켜내자며 목청을 높였다. 벼랑 끝에 내몰린 농촌과 농민들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도시와 농촌은 동반자살의 길을 걷는 것이라며 그들은 그렇게 거리로 나왔다. 수입쌀시판반대를 외치며 거리에서 선전전을 펼치던 천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이정화 이사장은 “본격적인 쌀 수입 개방으로 준비되지 않은 소비자들은 쌀 값 만으로 선택을 강요당하게 됐다. 이는 급속도로 농업과 농민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농지 감소로 인한 환경과 대기의 오염을 가속화할 것이다. 또한 국제석유가격이 매일 뉴스가 되듯 국제 곡물가격 변동은 우리 생활의 주요뉴스가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그는 또 “이제 우리의 농업과 환경을 살리는 것은 소비자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우리는 농업의 사회적, 환경적, 민족주권적 역할에 대해 공감대를 넓히고 농민을 소비자들이 지켜내는 사회적 약속을 해야 한다. 우리 쌀 지킴이로서 스스로 다짐하고 생활에서 실천해내야 하는 서약운동에서 그 첫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위협받는 밥상에 정부는 속수무책지난 4월5일부터 밥상용 수입쌀 공매가 시작돼 벌써 20차에 가깝게 공매가 진행됐다. 소비자의 반대와 대형 유통업체들의 공매참가 거부 때문에 공매 낙찰율은 아직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매 입찰 참가 규정을 대폭 완화하고 최저낙찰가격도 국내 쌀의 90%에서 80%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밥쌀용 수입쌀 공매자격을 갖춘 업체 수는 기존 90여 개에서 240여 개로 대폭 늘었다. 지난 6월7일부터 수입쌀 공매를 주3회로 늘리고, 공매업체에서 직접 음식점으로 유통하는 직배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수입쌀 공매를 위한 노력에 불안해하고 있다. 수입쌀이 국내산 쌀로 둔갑되는 것에 대해 정부는 아무 대비책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수입쌀이 국산 쌀로 둔갑해 유통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실제로 지난 5월11일 서울시 불광2동의 한 쌀 판매상에서 미국산 칼로스쌀(10kg 포장)을 국내산 강화쌀과 찹쌀, 청결미 등의 40kg 포장지로 바꿔치기 하던 유통업자 윤 모씨(57)를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별다른 처벌이 없었다. 이에 대해 천안농민회 김정수 정책실장은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음식점이나 학교급식에서 수입쌀로 만든 밥을 국내산 쌀로 만든 밥이라고 거짓판매를 할 경우 소비자들은 어디에서도 그것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족들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로 만든 고기반찬, 수입쌀로 만든 밥을 먹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오승화 부장은 “이미 2000년부터 소비자들은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뿐 아직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국회, 각 당들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입쌀의 국내산 쌀 둔갑을 막을 수 있는 각종 방안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안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거리 캠페인에 참가한 천안소비자생활협동조합,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천안농민회, 천안YMCA, 천안KYC 등 5개 단체는 다섯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시행 ▶수입쌀이 국내산 쌀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식품유통제도 완비 ▶수입쌀 공매 업체 등 공매과정을 투명하게 공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식품안전제도 정비 ▶수입쌀 공매 확대 말고 우리 쌀 소비 확대에 노력할 것 등이다. 위 사항은 소비자가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에서 취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아닐까.이 땅에 들어온 수입 쌀, 어떻게 됐나-2005년 11월 WTO 국회 비준으로 밥상용 수입쌀 도입 가능하게 됨. -2006년 3월23일 농민·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항 등을 통해 미국산 칼로스쌀 국내 하역 -2006년 4월5일부터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수입쌀 공매시작(정부는 공매업체에 대한 정보를 업체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음) -4월5일 수입쌀 공매 반대 및 유통업체의 공매 불참 촉구하는 10개 노조-소비자단체가 서울 명동에서 제1차 대국민 캠페인 개최(소비자단체들은 유통업체의 공매 불참과 공매 참여업체 공개를 통한 불법 유통 감시 요구) -4월10일 전농, 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밥상용 수입쌀 공매와 관련한 행정정보공개 청구. -5월 중순 10회의 공매를 통해 낙찰된 물량은 전체 도입분 2만1664톤의 2.8%인 600여 톤에 불과. -5월10일 수입쌀 공매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서울 명동에서 개최(국산과 혼입 하거나 원산지를 속이는 행위를 감시할 수 있도록 공매업체에 대한 정보공개와 수입쌀의 안전성에 대한 검역 강화, 식탁표시제 시행을 촉구하면서 수입쌀을 먹지 말고 우리 쌀을 먹자는 대국민 캠페인 전개) -5월 중순 공매 참여가 부진하자 정부는 공매 예정가를 낮추고 공매횟수를 늘리고, 공매 참가자격을 완화함(매출액 3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낮춤, 일반 양곡상은 물론 대형 음식점들도 공매에 참여 가능하게 됨. 그러자 처음 40여 곳에 불과하던 수입쌀 공매 등록업체는 7월3일 현재 240곳으로 6배나 늘어남) -6월14일 음식점 쌀의 원산지 표시제 도입을 촉구하는 캠페인 개최(식품위생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음식점 쌀의 원산지 표시제 도입 촉구, 수입쌀이 국내산 쌀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혼입방지 및 감시장치 마련 요구) -7월 중순 중국산 수입쌀 1만2000톤이 공매를 통해 전량 소진됐고, 수입쌀 국내산과 혼입 등 부정유통 적발. -7월25일 ‘ 우리는 더 이상 속을 수 없다 ’ 12개 소비자,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발표. -7월 말까지 농관원에서 19건 적발(경주, 익산 등에서 미국산, 중국산 수입식용 쌀이 광범위하게 혼입되고 있음이 확인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