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천안시가 실시한 아파트 분양가 규제에 대해 대전지방법원 행정부가 위법판결을 내리자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주)드리미는 2005년12월 천안시 불당동 453-2외 지하 3층 지상 18층 6개동 297세대(38평형 56세대, 41평형 69세대, 48평형 172세대)를 건립해 분양하는 내용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시행사인 (주)드리미는 평당 분양가를 920만원으로 제출했으나 천안시가 정한 적정분양가 655만원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이를 조정 요구했다. 이에 시행사는 평당 877만원으로 조정 제출했다. 이에 시는 다시 하향조정을 권고했으나 (주)드리미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천안시는 ‘입주자 모집공고(안)’ 신청을 지난 3월31일자로 불승인 처리했다. 시의 불승인 사유는 아파트 분양가격은 택지비와 건축비 그리고 부대비용으로 적정하게 산출돼야 하지만 (주)드리미가 신청한 분양가격은 지역의 전반적인 아파트 시세를 고려한 분양가격이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난 6월28일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는 2005년 대법원 판례를 들며 “피청구인(천안시)이 공익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며 “입주자모집공고안 불승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드리미)의 청구는 이유없다”며 천안시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법원은 정반대로 “법률적 근거 없이 천안시가 행정권을 오·남용하고 있고,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며, 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는 표현까지 쓰며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8월23일 법원-‘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대전지방법원 행정부(재판장 신귀섭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주택시장의 안정 등 공익상의 필요를 들어 법적인 근거없이 가격통제를 행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서 법치행정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라며 “피고(천안시)가 주택시장의 안정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원고(드리미)에게 협조를 구하는 차원의 행정지도는 가능할지 몰라도 분양가가 높다는 사유를 들어 입주자 모집공고안 승인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근거로 ▶민간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 조성한 부지위에 건설?공급되는 공동주택에 분양가를 제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유경쟁 및 시장원리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원칙 ▶입주자 모집공고안 승인은 공고안이 관계법령 소정의 요건에 합치되는 한 승인권자가 거부할 수 없는 기속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점 ▶법적근거 없는 분양가 통제를 통한 시장개입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제도의 오용 내지 남용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점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은 법률로도 침해할 수 없으며, 그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6월28일 행정심판-‘공익적 차원에서 분양가 제한은 당연한 이치’지난 6월28일, 충청남도 행정심판은 법원과 정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행정심판위원회는 공무원, 변호사, 법률학 교수 등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됐으며, 법치행정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권익구제수단임을 표방하고 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입주자 모집에 관한 사항은 주택법에 의한 명백한 법적 승인사항이며, 승인이라 함은 법률의 완성적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승인권자는 합리적 분양가격이 책정됐는지 검토해 승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분양가를 제한할 수 있는 관련규정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입주자 승인시 승인권을 가진 행정청(시장 등)은 입주자모집공고안에 포함되는 분양가격의 책정이 합리적으로 결정됐는지 검토해야 되고, 입주자모집승인이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한다면 분양가격을 조정?권고할 수 있는 근거가 내재돼 있다고 봐야 한다. 주택건설사업에 있어 청구인(드리미)은 최대한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할 것이며, 이에 승인권을 가진 피청구인(천안시)은 공익을 고려해 승인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로 규정하고 있다. 공익이냐 사익이냐대전지방법원 행정부는 “이 판결은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순수 민영주택에 대해 행정지도 차원을 넘어서 분양가 제한을 강제할 수 없고, ▶입주자 모집 승인제도는 분양주택에 대한 시장개입적 통제보다는 공개모집보장 및 수분양자 보호 등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마련된 별개의 절차적 통제방안이며, ▶입주자 모집공고안 승인은 기속행위적 성격을 가지므로 입주자 모집승인제도를 법적 근거가 없는 분양가 통제를 통한 시장개입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법치행정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며 판결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똑같이 법치행정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심판위원회와는 상반된 견해다. 행정심판위원회는 2005년4월15일 대법원 판례(승인을 받으려는 주택건설사업계획이 관계법령이 정하는 제한에 배치되는 경우는 물론이고 그러한 제한사유가 없는 경우에도 공익상 필요가 있으면 처분권자는 그 승인신청에 대해 불허가 결정할 수 있다)를 들며 공익적 가치를 중시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분양가격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할지라도 ▶드리미가 신청한 분양가격을 천안시가 승인한다면 천안시는 물론 인근시의 분양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 사건 승인으로 얻는 청구인(드리미) 개인의 이익과 천안시 전체의 분양가격 상승으로 일반 서민이 향후 부담해야 되는 아파트 입주금이 증가된다는 점, 아파트 가격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정부의 시책에도 역행하게 되는 점 등의 공익과 비교해 볼 때 천안시의 처분은 위법·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자율 앞세운 기업폭리 통제돼야”지난 23일(수) 대전지방법원 행정부의 아파트 상한제 위법판결이 전해지자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천시협)는 25일(금) “천안시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정책은 유지돼야 한다. 시장자율만 앞세운 기업의 폭리는 통제돼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대전지방법원판결을 비난했다. 천시협은 “법적근거 없다는 이유로 시행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은 지역정서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에 앞서 행정심판위원회가 결정한 사안과 정반대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천시협은 “천안시는 3년 전부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집없는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도움을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앙정부가 시장논리에 밀려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천안시의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인근 자치단체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천안시는 기존의 정책을 철저히 옹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시협은 “주거정책의 공익과 사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천안시와 지방자치단체의 주거정책에 대한 철학과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논평과 함께 다섯 가지 입장을 밝혔다.▶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노력해온 천안시의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극 옹호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아파트 분양가 유지 ▶법원의 판결은 지역경제와 정서를 무시한 처사며, 집 없는 서민의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 강화 ▶시장자율만을 앞세운 기업의 폭리는 통제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는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아파트 분양가 규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판결로 분양을 미뤘던 천안시 11개 업체가 추진하는 4000여 세대, 아산신도시에 오는 10월 분양예정이던 1102세대의 분양가격 책정과 입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