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 목천, 수신 등 41농가 4만여 평의 시설하우스에서 오이를 출하도 못한채 고사시키고 있다.
국내 최고의 오이생산지로 손꼽히는 목천, 병천, 수신 등 천안지역에서 유래 없는 종묘분쟁이 벌어져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문제는 경기도 수원에 본사를 둔 N사에서 출원한 종자를 심은 천안지역 41농가에서 생산한 오이가 쓴맛으로 인해 상품가치를 잃게 된 것이다. 수확이 빠른 농가에서는 이 달 초 이미 첫 출하를 했으나 도매시장에서 쓴맛을 감지한 현지 바이어들에게 리콜요청을 받은 것. 이 일로 천안지역에서 생산된 오이가 한 때 전국 최고가에서 최저가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출하된 오이에는 천안시가 보증하는 지역 최고의 농특산물 브랜드인 ‘하늘그린’마크로 포장된 것도 있었다. 자칫 천안시 전체 농산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다.이에 아우내농협과, 동천안농협, 천안시에서는 출하된 오이 전량을 수거한 후, 문제의 오이에 대한 출하를 전면 중단시켰다. 그리고 경매시장을 돌며 중도매인과 소매상 등을 일대일 접촉하며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시설하우스 4만여 평 수확도 못한 채 밭에서 고사아우내농협 한창섭 조합장은 “먼저 상품의 하자를 인정했다. 그리고 쓴맛이 나는 오이를 전량 수거했으며, 천안에서 출하된 오이에서 조금의 문제라도 발견되면 전량 리콜을 받겠다며 중도매인과 소매상들을 설득했다. 그 결과 다시 신뢰를 회복해 어렵게 전국 최고의 명성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41농가 피해액 12억원 추정“지난 여름내 뙤약볕에서 기른 오이를 수확도 못한 채 하우스 안에서 말라비틀어지고 있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농민들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쓴맛 파동으로 해당농가에서는 전량 출하를 중단했다. 첫 출하시점에 발견된 문제라 소비자의 밥상까지 오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계속 자라는 오이를 적기에 수확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답답한 농민의 입장이다. 울화를 참지 못한 농민들은 지난 10일(목) 재배한 오이를 화물차에 싣고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N사로 향했다. 이들은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재 N사 앞에 오이를 야적한 후 10여 일째 항의농성을 벌이고 있다. N사에서 보급한 종자를 심어 피해를 입은 농가는 아우내작목반 25명, 흑성산 작목반 16명 등 총 41농가에 이른다. 이들 농가에서 심은 오이는 3만9320평의 시설 24만4300주로 피해액이 12억5700여 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면에서 이어짐출하를 중단하자 하루에도 수 십 톤씩 자라나는 오이를 처분하는 것이 문제였다. 현재 해당 농가에서는 대부분 오이 넝쿨을 고시시킨 채 방치하고 있다.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N사측은 종자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다만 농민들이 농성을 철회하고 더 이상 품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보상이 아닌 농민위로 차원에서 다음에 농사지을 육묘(시가 7500여 만원 상당)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농민들은 회사측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제안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종자불량인가 생리장애인가피해농민들은 종자 탓이라며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N사측에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N사측은 종자 탓이 아닌 주변 환경에 의한 생리장애라는 주장으로 상호 엇갈린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확산되자 N사측은 지난 11일(금) 조사팀을 파견해 피해농장을 방문하며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 조사팀은 오이에서 쓴맛이 나는 것은 사실이나 종자불량이 원인이라는 농민들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농민 이 모씨는 “같은 시설 안에서 각각 다른 종자를 심은 농장이 있다. 이 농장에서도 역시 N사에서 보급한 종자의 오이는 쓴맛을 냈고, 타사에서 보급한 종자는 쓴맛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사측 관계자는 “각기 다른 유전적 특성을 지닌 품종의 환경적응능력은 다를 수 있다. 품종의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타사 종자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2004년 시험재배에 이어 2005년 국립종자관리소에 판매신고를 거쳐 종자를 보급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다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열대야가 심해 생육에 이상이 생긴 생리장애”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이뿐만 아니라 무, 배추, 고추 등도 생육환경에 따라 같은 종자라도 얼마든지 열매 맺힘이나 내병성 등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피해농민 이 모씨는 “지난 10여 년간 오이농사를 지으며, 전국 최고의 재배기술을 현장에서 습득했다. 그런데 이러한 재배기술을 습득한 41농가에서 동시에 똑같은 피해를 입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불량종자 탓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종자불량이 명백하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농민들과 종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종묘사측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해당농가와 천안시 농업관련부서 에서는 원인규명을 위해 농촌진흥청에 피해조사를 의뢰해 지난 17일(목) 조사팀이 다녀갔다. 조사결과는 빠르면 이달 중 밝혀질 예정이다. 이에 농민과 종묘사측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한편 천안에서 생산되는 오이는 15∼20㎏들이 60만 상자로 연간 1만2000톤에 이른다. 집중 출하시기에는 전국시장의 7%까지 점유하고 있다. 연 매출도 2004년 108억원, 2005년 111억원에 이어 올해는 12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70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1억원 이상의 고소득 농가도 상당수. 이번 사건으로 총 208농가 중 41농가에서 출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