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두·71·입장면 연곡리경기도 안성시와 충남 천안시의 경부고속도로 경계지점은 지난 28일(금) 내린 집중호우로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 논밭은 물론 도로까지 물에 잠겨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했고 순간순간 높아져 가는 수면이 어디까지 차오를지 몰라 집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두려웠다. 하루종일 내리던 비가 수그러들며 잠겼던 도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마을주민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하는 마음과 ‘차라리 안보는게 낫지’라며 자신의 농작물 상태를 확인하는 농민들에게 시름이 커 보인다.“옛날엔 안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비가 좀 많다 싶으면 항상 물에 잠겨버려. 일년에 두 세 번은 꼭 그 짓을(논이 물에 잡기는 것) 하니 답답하지. 이제는 농사도 끝났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네.”물에 잠긴 자신의 논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는 유재두(71)씨가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는다. 70년대에 정리한 농경지. 당시 논농사 위주의 농지정리계획에 따라 농수로를 확보한 것이 벌써 30여 년이 흘렀다. 그 동안 농업환경과 자연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더구나 입장면은 우리나라 최대의 포도 주산지로 알려져 있다. 벼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대부분 상대적으로 고소득 작목인 포도로 전환했다. 이제 입장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논을 찾기가 쉽지 않다. 논에는 물이 필요하지만 포도밭에는 고인 물이 치명적이다. 포도 뿌리가 썩거나 생육에 큰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담수기능이 사라진 것이다.유씨는 지금껏 논농사만을 지어왔다. 쌀을 팔아서 4남매를 키우고 교육까지 시켜 모두 자립시켰다. 한때는 쌀 한 가마가 자녀 등록금과 용돈까지 충당하며 제 값을 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 가족 외식비에 불과하다. 유씨는 갈수록 농사일이 고되기만 하다며 한숨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