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농고 씨름부인 김성식(가전 3리)군이 멋진 잡치기기술로 김규동(1리)씨를 제껴트리고 있다.
제57회 병천면 가전리 친선민속씨름대회
해무리가 넘어간 8월11일(토)의 어스름 저녁. 병천 가전리 마을의 동구밖 아름드리 느티나무 주위엔 왁자지껄한 노래판, 술판, 춤판의 마을잔치가 벌어졌다.
1945년 광복 이후부터 줄곧 이어온 병천 가전리 민속씨름대회가 올해로 57회째. 마을 사람들은 이같은 ‘대단한 전통’을 계승하는 자부심에 더욱 단합되고 흥겨운 잔치에 즐겁게 참여했다.
5시부터 시작된 잔치는 노래자랑을 필두로 새끼꼬기, 풍선터뜨리기 시합을 통해 분위기를 무르익혔다. 새끼꼬기와 풍선터뜨리기는 가전2리의 승리로 돌아갔다.
“길기만 하면 뭐해. 이렇게 굵고 거친 게 새끼야. 새끼답게 꽈야 새끼지” 불평하는 사람도 있고, “새끼로 꼬니까 새끼고, 길게 꼬기 시합이니까 길기만 하면 되지” 하며 받아치는 즐거운 반발로 마을사람간 정담이 오간다.
메인 이벤트는 당연 씨름에 있었다. 가전리 학생중 2명이 씨름선수로 있는 공주농고 씨름부(코치 이증의)도 찾아와 행사의 재미와 진지함을 더했다. 씨름부의 14명은 여러 가지 씨름기술을 보여줬고, 개천가 씨름판에 둘러앉은 주민들의 환호가 빗발쳤다.
보고 배운 게 씨름이어선지 씨름판에 올라선 아이들은 몹씨 드세었다. 종종 어설픈 잡기술을 걸다 되침당하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주민들은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배꼽 빼며 웃었다.
중등부는 제법 화려한 기술들이 사용됐다. 10여명의 학생들이 토너먼트로 출전한 중등부 씨름은 가전5리의 박재석군이 1등의 영예를 안았다.
고등부는 학생이 없는 관계로 공주농고 씨름부 선수들이 대신 참여했다. 선수 씨름은 시원한 기술들이 동원, 구경꾼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어른 씨름은 마을별로 5명씩 선수를 선발, 자웅을 겨뤘으나 3리가 우승했으며 개인전에선 공주농고 씨름부의 김용재(고1·가전2리)군이 마을장사 타이틀을 거머줬다. 지난해 우승자인 김용기(35·가전5리)씨가 불참해 아쉬움도 주었다.
자정이 돼서야 파장된 가전리 57회 민속씨름대회는 1백60여호의 가전리 마을이 한식구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위기의 씨름잔치, 아슬
병천 가전리 민속씨름대회가 57년만인 올해 ‘삐그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토) 열린 민속씨름대회의 하이라이트, 리항 씨름이 선수가 없어 한동안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홍순복(가전1리 이장) 진행자의 계속된 방송에도 불구, 리별 5명씩의 선수 선발이 30여분 지나도록 채워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또 술에 벌건 얼굴로 경기에 임하는 것으로 선수없는 씨름대회라는 낭패를 면한 이번 민속씨름대회.
그러나 속내를 보면 한가지 원인이 57년 전통을 흔들고 있었다.
지난 해에도 예년<본보122호>과 같이 흥겨운 씨름대회가 개최됐지만,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리항 씨름에서 한 선수가 병원에 입원해 한동안 고생을 겪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 주민들의 말이 많아졌다.
입원비는 주최측에서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한편으론 당사자가 책임지라는 얘기도 있었다. 다치게 한 상대 선수가 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이번 대회를 진행한 가전1리 홍순복 이장은 “당시 그 사건에 대해 시원한 결말을 내지 못한채 흐지부지 됐다”며 원인을 그곳에 두고 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도 대회 주최측에서 원만한 도움과 결말을 내지 못한 책임을 물으며, ‘씨름 불참석’의 불만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올해는 무던히 지나갔지만 내년도 씨름엔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회 불상사에 대한 주최측 책임이 강화되지 않고선 주민 신뢰가 회복될 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