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채/55·아산 신광초등학교 교장
집앞 주변 3년동안 쓸고 닦고…청결유지
옛날 옛적 우리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우렁이 각시’를 아는가.
마음 착한 노총각을 위해 그가 없는 사이 밥이며 빨래며 청소 등을 도맡아 하고 다시 우렁이 속으로 자취를 감추곤 하는 우렁이 각시 말이다.
아산 신광초등학교 교장이기도 한 임헌채(55)씨는 그가 사는 천안 신부동 대림아파트 부근 골목의 ‘우렁이 각시’다.
임씨가 집 주변을 청소한 지는 지난 9일(월)부로 꼬박 3년. 하지만 이른 아침인 5시50분부터 6시20분동안 청소하는 그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근 주민들이 대부분 늦은 밤까지 가게를 운영하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초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9일 오후에 만난 임 교장은 “청소를 시작한지 만 3년이 되는 날에 만났다”며 말을 건넸다. 그의 흐뭇한 미소 속에는 생일을 맞이한 그것보다 몇 배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임씨가 청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98년 7월9일.
“경제한파가 몰아치던 시기에 단독주택의 세가 10개월간 채워지지 않았던 시기였죠. 어느날 이에 대한 근심을 하던 중 ‘아하! 이거구나. 집앞이 지저분하고 어둡게 보여 사람들이 외면하는 거야.’ 제겐 아주 좋은 핑계를 찾은 거죠.”
그는 다음날인 10일부터 집앞 청소에 나섰다. 매일같이 하다 보니 무서운 습관이 든 것은 당연. 결국 집앞 뿐만 아니라 주변 50여m에 상당하는 도로길을 말끔히 청소하게 됐다.
“어느땐 물청소도 하고, 겨울엔 눈 치우느라 애도 썼죠. 악취가 배인 쓰레기 버리는 곳은 더욱 정성들여 쓸고 닦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를 끝내고 돌아서기가 무섭게 일반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버리고 사라지는 사람이 가장 밉다”고.
버려진 것들 중 담배꽁초는 숫자상으로 일등, 불법 전단지는 부피상으로 일등을 차지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부부싸움(?)도 했다. 안사람 몰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다 들킨 것이다. ‘당신이 뭐 자선사업가나 되기라도 하냐’며 그의 행동을 못마땅히 보는 안사람. 그러나 정작 안사람이 큰소리친 사람은 ‘버리는 사람들’임을 왜 모르겠는가.
여하튼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었는지, 주변에 건물들이 들어서며 사람들의 왕래가 늘고 세도 바로 빠져 나갔다.
그의 봉사는 경제적으로도 적으면 적게 크다면 큰 돈이 들어갔다. 지난해 3월달부터는 종량제 봉투를 협조하는 인근 가게도 생겨났지만 그래도 3개월에 4천원짜리 빗자루와 2달에 검은 봉지(70장) 2천원씩이 소요되는 봉사를 하고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던가. “이제는 하루라도 사정상 청소를 빠지게 되면 그 찜찜함이 하루종일 간다”며 웃는 모습에서 ‘신부동은 좋은 주민을 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