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끝난 온양고 옆 모텔 전경.
시민·사회·학부모 단체 반발
시와 교육청의 적극적이지 못한 대처로 학교 앞에 모텔이 세워져 시민·사회·학부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온양고등학교 경계로부터 2백m 이내인 상대정화구역 내에 모텔이 아산시교육청의 심의 과정을 거치기 전에 허가되었다. 이에 시는 뒤늦게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으나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는 사건이 발생해 상대정화구역 내 모텔이 들어설 우려를 낳고 있다.
학교보건법에 따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은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미터 이내 지역으로서 유해시설 설치가 일체 금지되는 절대정화구역과 학교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백m 이내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상대정화구역이 있다.
절대정화구역 내는 설치가 불가하나, 상대정화구역은 심의를 거친 후 제한적으로 설치가 가능한 것으로 극장, 폐기물수집장소, 호텔, 여관, 여인숙, 경마장, 비디오물 감상실, 노래연습장 등 총 14개 업종이 해당된다.
온양고 지역은 상대정화구역으로 심의를 거친 후 설치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시가 교육청의 의견을 듣지 않고 지난해 11월 이곳 내에 모텔 건축을 승인했다.
교육청은 지난해 11월17일 교육청의 심의에서 시설불허하고 공사중지명령을 내렸다.
당시 업체는 올 2월 시와 아산교육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아산시 교육청은 승소했지만 시는 5월19일 패소해 공사중지명령해제 판결을 선고받았다.
시는 변호사 선임도 하지 않고 항소도 하지 않은 채 지난달 14일 사용승인을 했다.
더욱이 교육청도 시에 항소할 것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시와 교육청의 목소리가 단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공사 진행되는데 협의요청서 보내
문제는 시가 건축을 허가하고 공사비 10억원 가량을 지출하는 등 공정의 90% 가까이 공사가 진행된 지난 2003년 10월13일에야 시는 아산교육청으로 학교보건법에 의한 학교 환경 위생정화구역 저촉 여부 등에 대한 협의요청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아산교육청은 숙박시설이 온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시설불허 공사중지 명령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2003년 11월13일 아산시는 건축주인 박모씨에게 숙박시설 건출물에 대한 공사중지명령을 내렸고, 건축주 박모씨는 2004년 1월30일 아산시에 건축주 명의를 김모씨로 변경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얼마 후 새 건축주 김모씨는 아산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올 5월19일, 숙박시설이 온양고등학교의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중 상대정화구역 안에 위치하고 있으나 6층 높이의 여관건물이 신축된다고 하더라도 온양고등학교에서 여관건물의 출입구 및 내부가 보일 염려는 없어 보이고, 또 모텔이 온양온천 관광특구로 지정된 아산시 온천동에 위치하고 있다. 또 온양고등학교 주변에는 세림장여관, 코리아나호텔 등 숙박시설이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10억원 가량을 소요해 숙박시설의 90% 가량을 완공한 점에 비추어 여관신축 공사를 금지함으로써 입게 될 재산권 침해 등의 불이익이 온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보다 매우 크다며 아산시의 공사중지명령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박기남 아산YMCA 간사는 “이런 주변환경일수록 아이들의 학교환경보호는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온양고등학교 상대정화구역 내 모텔 건축 승인과 관련해 아산시교육청의 모 장학사는 공사가 90% 가까이 완공된 후 심의 요청을 받고 또 시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는 이런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번 일을 본보기로 더 이상 이런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아산시 한 관계자는 “온양고 상대정화구역 내에 포함되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며, 시의 행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건축허가를 하는 과정에서 시가 이를 알지 못했다면 학교 주변 교육시설에 대한 인지가 전무한 것으로 업무수행 능력이 없음을 의미하는 심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는 “이는 건축허가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교육청 우모 과장은 “교육청은 심의를 할 뿐이며 나머지는 아산시가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아산시와 교육청은 그동안 학교주변 내의 정화를 통해 교육환경이 가장 쾌적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온천동 일대 장미촌 정화 등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해 왔다.
그러나 모텔 승인 등 학생들이 목격할 수 있는 퇴폐적인 시설물에 대한 감시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나 교육환경의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자조적인 학부모, 시민 단체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교조 아산지부는 앞으로 이런 형태의 사건이 발생할 경우 아이들의 학교주변 환경을 보호할 만한 아무런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려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