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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삼성시, 힘없는 주민

등록일 2004년07월31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원주민을 몰아내는 개발정책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탕정지역 주민들. 삼성만을 위한 개발, 갈 곳 없는 주민들 “여기가 삼성시입니다.” 이모(46·탕정면) 이장은 탕정면 일대에 위치한 삼성공단 개발현장을 가리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나물을 캐고, 논밭을 가꾸던 삼성공단은 이제 마음 놓고 들어설 수 없는 땅이 되었다. 땅 임자가 삼성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하지만, 거대한 기업 앞에 주민들은 고향땅을 잃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또 주민들은 앞으로 개발될 신도시를 보며 ‘이런 식으로 고향을 잃겠구나’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탕정주민이 갖고 있는 불안감과 공포심은 크게 두가지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토지보상과 삼성공단 개발로 인한 주민 피해다. 1996년 탕정면이 신도시로 개발된다는 소식과 함께 건축행위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도 지역주민이 버리지 않은 신념은 ‘고향이 살기 좋게 변화되겠구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었다. 충남도청과 건교부, 한국주택공사로 개발주체가 바뀌는 상황 속에도 고향이 새롭게 바뀐다는 사실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삼성이 개발하는 탕정면 일대의 공장 부지를 보면 고향이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허물어져 가는 것을 단번에 볼 수 있기 때문에 개발에 대한 청사진은 달콤한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 결국 삼성공단이 주민을 무시하고 개발되고 있듯, 신도시로 그렇게 개발이 될 것이고 보상도 터무니없이 주민이 손해 보는 쪽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 때문이다. 단지, 이것이 탕정면 주민의 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개발될 행정수도 건설될 곳의 주민들, 충청남도 일대를 중심한 개발 계획 등이 그럴싸한 청사진만 내놓고 다른 곳 주민들도 “몇푼 안돼는 돈을 갖고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합집산의 주민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보상금 문제에만 모든 신경을 허비하고 있다. 보상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고향을 잃고 아니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된 마당에 돈이라도 챙기고 보자는 식이다. 자신의 땅값을 좀 더 높게 받으려고 좀더 힘이 있는 쪽으로 붙기도 하고 헐뜯기도 하며 마을의 화합마저 깨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신도시 개발과 삼성공단 개발에 신중을 기하며 주민이익을 대변해 왔던 탕정지역개발추진위원회(추진위)는 수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 설명회 등을 개최했으나 최근 “하나로 규합해 고향을 살리는 길은 힘들다”고 성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추진위중 단 한명도 신도시 개발과 관련 충청남도의 자문위원으로 되어있지 않아 주민 목소리에 힘을 잃자,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의 이익을 챙겨야 하는 아산시는 아산땅인 탕정에서 진행되고 있음에도 모든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땅은 아산시가 갖고 있지만 모든 허가사항은 충청남도가, 앞으로 신도시 개발 토지보상은 한국주택공사가 하기 때문에 아산시는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고향을 잃는다고 말할 곳도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성토할 곳도 없다. 아산시 행정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5월 충남도청에서 심대평 도지사가 왔을 때는 ‘더 이상의 희망이 없구나’를 주민들은 실감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심 지사는 “주민이 반대한다고 해도 삼성공단 허가 해 줄 것”을 확언했기 때문. 그러나 그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및 보상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말만 할 뿐이고 그 사이에 주민들은 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향에서 버티기 한판 보상관계의 이면에는 고향을 지키자는 원주민의 감성이 숨겨져 있다. 특히 삼성전자(주)에 대한 보상관계는 신도시 개발 보상과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을 위한 보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탕정면·갈산·명암 용두리 일대 211만3759㎡(98만7000여평)에 차세대 LCD생산단지, 주거단지, 공공시설 등이 입주하는 ‘탕정 제2지방산업단지’를 2009년말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이중 삼성전자 LCD 산업시설 면적은 29만1446㎡로 전체 개발면적의 14%에 불과한 실정. 주민들은 산업입지법에 의한 공장건설이라는 목적이 타용도의 목적으로 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또 삼성의 주요 유치업종 계획 중 비금속광물제품 제조업이 포함 돼 있는데 이 용지만도 19만2950㎡으로 현재 삼성은 삼성 1단지 61만평을 추가 확보 중에 있다. 주민들은 이 산업용지에 대해 향후 배후단지 개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또한 연구시설용지 및 공급처리시설 용지가 대폭 증가해 국고보조 후 용도전용 가능성마저 낳고 있다. 일이 이쯤 되자, 주민들은 실질적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단 공업용지는 탕정의 북쪽으로 하고 생계대책용 상가 및 생활기반 시설을 남쪽으로 용도 조정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이주 대책에 대해서는 1백75세대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조정하고 면적도 1백30~1백50평으로 근린생활 주택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 협의양도택지로 공익사업보상법에 의해 전부를 협의해 주고 기준면적 이상자에 공급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공시지가가 오른 만큼 2004년 7월을 기준으로 하되 2배 이상을 보상해 달라고 주민들은 요구했다. 무엇보다 고향을 뺏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복지시설 및 생활시설을 남쪽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다. 이상복 탕정추진개발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탕정면의 보상관계에 따라 앞으로 충남권에 개발될 많은 신도시와 행정수도시설이 좌우될 것으로 본다. 개발될 곳의 주민들도 우리와 같이 그럴싸한 청사진에 빠져 고향을 잃게 될 것임에 그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 같은 요구를 삼성전자측에 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민이 합심·단결해 내 놓은 이 안이 삼성전자측에 전달되길 바라며 아울러 충청남도가 산업입지법에 의한 개발로 기업만 혜택을 주는 악행을 하지 않길 간곡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안병량 충남도청 신도시 개발담당은 “삼성전자 충남입지를 위해 도청의 행정력을 모으는 한편,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탕정지역개발추진위는 오는 8월1일(일) 오후 2시 탕정지역개발위원회 회의실에서 토지주들을 대상으로 의견청취를 실시키로 했다. 추진위는 이번 회의로 취합된 의견을 정부와 도청, 아산시, 삼성전자 등에 전하고 본격적인 주민권리 행사와 고향 지키기에 들어가기로 했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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