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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농활 ‘부적절한 만남?’

등록일 2004년07월17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아산농민회 사무실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자던 농민회 간사의 친구가 서울대 농활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 쟁점사안을 놓고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성추행 문제로 홍성농민회에서 철수한 서울대 농활팀이 아산농민회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고 폭로해 이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대 사회대 학생회는 지난 9일(금)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아가씨’ 발언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 2일 새벽 농민회 관계자가 자고 있는 여학생의 옷을 들추고 몸을 더듬었다”며 “이번 사건은 명백한 성폭력 사건”이라면서 새로운 사건을 제기해 문제가 불거졌다. 사건은 지난 1일 농활발대식을 마치고 난 후 일어났다. 발대식을 마친 농민회원들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마을로 배치됐다. 이날 사무실을 지키기 위해 농민회 간사가 사무실에 남았는데 이때 피해학생 2명을 비롯한 사회대학생 4명도 사무실에 함께 남았다. 이후 물건을 빌려주기 위해 사무실을 방문한 간사의 친구와 술자리를 갖게 됐고 술을 마신 뒤 사무실과 상담실 등에 나뉘어서 자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학생 2명 사이에 가해자(간사의 친구)가 누워 잤다. 다음날 피해학생들은 가해자가 몸을 더듬었다고 주장했고, 가해자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잤고, 기억나지 않지만 피해자의 진술을 모두 받아들이고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같이 있었던 간사와 다른 여학생은 이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지는 못하고 피해학생의 진술로 알게 됐다. 다음날 아산농민회원이 오자 학생 측은 진상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요구에 의해 가해자는 사죄했고, 학생들이 요구하는 성폭력관련 교육을 받는 등 모든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대 사회대는 이 사건을 두고 농민회의 사과까지 함께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민회는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돼 있는 농민회 사무실에서 양측 모두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만취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농민회에 일방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하며 ‘양측의 공동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산농민회는지난 10일(토) 성명서를 내고 “가해자라고 지칭된 사람이 우발적인 사고에 대해 사과를 하고 농민회 회장이 유감 표시를 했다”며 “그러나 그 사람이 농민회 구성원도 아니며 농민회의 조직적인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농민회는 “2, 3차에 걸친 대책위에서 합의점이 나오지 않자 학생들이 먼저 농활을 철수하면서 마을에 대자보를 붙이고 유인물을 뿌려 농민회가 학생들의 요구를 전혀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대 사회학과 농활대는 “성폭력사건이 발생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는 성폭력사건의 해결의지와 능력이 없는 것이며 예방조치 또한 가능하지 않게 됐다. 해서 철수 후 벽보와 안내문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농활대 없애야 하나 이 일로 인해 불통이 튄 곳은 ‘농활 무용론’이다. 농활(농촌봉사활동)은 청년학생들이 농민들의 일을 체험하고 도우면서 현재 농촌의 현실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활동이지만 이 사건으로 하여금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 그동안 대학생과 농민간의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잡음이 해마다 나오고 있는데 아예 농활대를 없애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농 홈페이지 게시판에 전철영이라는 네티즌은 “꼭 학생회와 연대해 농활을 하는 것보다 어떤 형태로든 농활이 필요하다면 농민이 농활 구성원을 다양한 영역에서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ID 김현규씨는 같은 게시판에 “총학생회의 요구가 모두 관철된다 하더라도 이번 일로 학생회는 물론 전국 농민회가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며 “농활대 집행부도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네티즌 ID 전승민씨는 “가뜩이나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농민에게 그나마 희망의 싹이 되어온 농활이 없어진다는 것은 엉뚱한데서 화풀이하는 것이며, 개인간에 있었던 것을 농민회에 전가한다면 농민 모두를 예비 성폭행범으로 몰고 있는 것”이라고 격분했다. 한때 총학생회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접속폭주로 다운됐고, 사회대를 비롯한 나머지 단과대의 게시판에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쓴소리가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농활을 여러차례 수행한 ‘90학번 졸업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후배들이 연대활동을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마치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을 보는 것 같다”라며 “후배님들은 자신들을 매우 현대적인 좌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 사건만 놓고 보면 학생시절의 저보다 훨씬 전투적이고, 목적으로 모든 수단을 합리화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매운 소리를 했다. 한편 지금까지 많은 사건에서 그러했듯 오히려 성폭력피해자를 도덕적으로 공격하는 글도 눈에 띤다. 즉 학생들이 만취한 상태로 혼숙을 먼저 한 것이 사건을 불러왔다며 학생농활대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오히려 질타하는 ‘게시물’들이 바로 그것이다. 어째든 아산농민회와 서울대 사회대학생회 측은 ‘서로간에 상처를 남기지 않는 선에서 일이 해결될 것’을 바라며 합의문을 각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이들은 오는 21일(수) 이후 다시 만나 입장차를 좁히며 구체적인 합의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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