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희 의원 파기환송 판결-지역정계 반응 각각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던 자민련 원철희(아산·사진) 의원은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내는 바람에 의원직 상실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또 자민련 원철희 의원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 환송 결정으로 원 의원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상 횡령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업무추진비의 명목과 사용용도를 충분히 따져야 한다”며 항소심 재판부의 심리 미진을 파기 환송의 이유로 내세웠다. 따라서 두번째 항소심 재판(파기 환송심) 기간이 다소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심리 미진으로 지적한 농협중앙회 업무추진비 2억8천만원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업무추진비로 사용할 수 있는 용도와 사용할 수 없는 용도 △업무추진비를 어떤 목적으로, 어떤 용도에 얼마를 사용했는지 등을 일일이 따져 증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보통의 사건은 대법원이 파기 환송 결정을 내리면 항소심 재판부에서 한 두 차례 심리를 한 뒤 6개월 이내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성격이 다른 것 같다”고 설명해 원 의원의 의원직 수명이 좀더 길어질 것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 의원에게 적용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상 배임,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의 혐의에는 모두 유죄를 인정해 원 의원의 유죄판결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의원직을 상실케 하고 보궐선거를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검찰이 대법원의 파기 환송 이유인 원 의원의 농협중앙회 업무추진비 횡령 부분에 대해 공소장을 변경해 공소사실에서 제외할 경우 재판은 통상의 사건처럼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일단 법리를 검토한 뒤 향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원철희 의원, 파기환송에 안도
원철희 의원은 일단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원철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제 사필귀정을 믿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변웅전 자민련 대변인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내고 반가워했다.
가슴을 졸이던 자민련은 안도하는 분위기. 원 의원이 의원직을 잃게 되면 민주당에서 의원 네명을 빌려(?)와 겨우 구성했던 국회 교섭단체가 두달 만에 붕괴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의석이 줄면 3당 총무 협상에 참여하지 못하는 데다 당장 9월에 선관위에서 14억1천만원의 국고보조금도 받지 못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민주당 의원 한명을 추가로 빌려 오거나 민국당, 한국신당 등과의 합당을 모색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민련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었기에 조바심은 더했다.
네티즌, 정가 반응 제각각
적반하장이라는 네티즌은 “「법의 정의가 분명 살아 있다」는 것을 자민련은 몇개월 후에도 똑같이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며 이후 법정에서는 횡령죄로 인정될 것임을 시사하는 비난의 글을 올렸다.
민주노동당 아산지구당(준)은 “결국은 유죄판결을 앞두고 의원직이 상실될 수 있어 국회의원의 역할을 제대로 다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된다”며 “불안한 의원직 유지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논평을 냈다.
이 논평에 대해 네티즌들은 “보궐선거가 이뤄져 민주노동당이 집권하길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국회의원한테 일을 더 잘 하라고 충고하는 것인지”라며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