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옥/ 67·아산시 둔포면
인가가 별로 없는 꼬불꼬불 산길을 굽이굽이 돌다가, ‘이제 정말 인가가 없겠구나’ 싶을 때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요란스레 들려온다.
사랑받지 못한 강아지 2백여 마리를 키우며 살아가는 최순옥(여·67·둔포면)씨의 집이다.
인가도 드문 산골에서 적적하고 쓸쓸한 노년을 개와 함께 보내는 최순옥 할머니.
“30여년 전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을 때부터 강아지를 키웠죠. 자동차 사고나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있는 강아지들을 한두 마리 키우다 보니 어느덧 2백마리가 됐네요”하며 최 할머니는 친자식처럼 강아지들을 어루만진다.
버려진 개들만 키워온 지 30여년이고, 둔포면에 들어온 지 벌써 15년째.
쌀은 떨어져도 개에게 먹일 사료는 안 떨어지고 허리가 아파 파스 붙일 돈은 없어도 개들 예방접종할 돈은 있다는 최 할머니. 최 할머니에게 있어 강아지는 친구이자, 자식이자, 이웃이 돼버렸다.
20여년 전 강아지를 한두 마리 키우다가 너무 많아져 더 이상 집에서 키울 수 없게 됐다. 딸과 같이 살고 있던 최 할머니는 딸을 포기하고 강아지를 선택했다. 너무 미련한 결정이 아니냐고 타박하자, 최 할머니는 “딸이야 금방 결혼할 때가 올 것이고, 언제든 내 품을 떠나지만 개들은 내 품을 떠나면 죽으니까.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어디 사람이나 개나 한 번 자식 삼으면 그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은 것이여”한다. 딸도 그런 최 할머니를 이해하는지 항상 둔포면에 찾아와 강아지들과 놀다 간다고.
“처음에는 사료값도 없어 힘들었지. 그런데 요즘에는 후원자도 많고, 와서 강아지들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너무 좋다”며 후원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냈다.
최 할머니는 “이 녀석들과 나는 닮은 점이 많아. 세상 풍파에 시달리고 사랑도 못 받고… 어쩌면 내 자신과 같은지도 모르지”하며 먼 허공을 응시했다.
한 번 상처받은 강아지들이 또다시 상처를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렵더라도 함께 사는 데까지 같이 한 번 살아보자는 다짐을 수없이 하면서 지금까지 견뎠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최 할머니. “애기 같던 강아지가 개가 돼 새끼를 낳으면 내 손주 보는 것처럼 기뻐. 그런 기쁨으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 것이여”라며 개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는 최 할머니. 어느덧 최 할머니를 위한 카페도 생기고(cafe.daum.net/ 130dog) 후원자도 많이 생겼다. ‘강아지 천사’라 불리는 최 할머니는 이제 강아지 천사보다는 그들의 엄마이자, 할머니로 불리고 싶다며 5월 가정의 달 개들과 함께 이룬 단란한 가정을 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