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셔틀버스 운행 중단으로 주민들이 반발하자 아산시는 운행중지를 한달간 유예하기로 했다.
버스 없어 학교 못가요!
김다슬(가명. 10살)양은 지난 6월30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아산시 신창면 대주아파트에 사는 김 양은 그동안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운행돼 오던 셔틀버스가 이날부터 운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김양 뿐만 아니라 이 아파트 초등학생 2백여명과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셔틀버스 없이 등교하려면 4km 떨어진 신창초등학교까지 유일한 통학로인 왕복4차선 국도에 갓길조차 없이 걸어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할 위험이 있어 등교를 포기했다. 이 곳뿐만 아니라 셔틀버스를 이용해 다니는 14~15개의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6월30일 발이 꽁꽁 묶였다.
지난 2일(월) 아파트자치연합회, 민주노동당 아산시 지구당(준)과 셔틀버스를 운행해온 아산시내 9개 아파트 6천3백37가구(2만여명) 주민들은 아산시청을 방문, 시내버스 운행 횟수를 늘리든가 셔틀버스 운행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산시는 이같은 합의를 받아들여 셔틀버스 운행중지를 1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한 아파트 셔틀버스 운행중지에 대한 대책을 민?관 대책위를 구성해 협의키로 했다.
1개월 뒤, 셔틀버스를 운행하지 못해 지난 6월30일의 악몽이 또다시 재현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셔틀버스 중단사유
건설교통부는 자가용 자동차는 고객유치 목적으로 노선을 정해 운행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73조 2항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아파트 셔틀버스에도 적용된다.
이 법은 다만 학교나 학원, 유치원, 보육원, 호텔을 비롯해 교육·문화·예술·체육·종교시설, 금융기관, 병원이나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조항으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아파트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영리목적의 셔틀버스 운행을 금지한 관련법 규정을 떠나 아파트 셔틀버스 운행은 공정거래질서를 어지럽히는 성격이 강한 만큼 명백히 불법”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이같은 규정에 의거, 5백만원 이하 벌금과 6개월간 운행정지를 해왔으나 7월부터 강화돼 고객유치 목적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법이 강화되기 이전부터 아파트 셔틀버스는 불법이었던 셈. 그러나 아산시는 주민편의를 위해 지난 97년 자동차운송사업법으로 허가를 내줬었다.
유상운송은 불법이지만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한 묵인한다는 것이 허가를 내줄 수 있는 요건이었다.
아산시 관계자는 시행 이전에도 ‘유상운송했다’며 운송업자들에 의해 제보가 오면 벌금이나 운행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작년 12월말에 강화된 시행령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아파트 주민의 불편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지난 6월29일에서야 각 아파트에 운행을 중단하라는 통보서가 배달돼 다음날 무리하게 셔틀버스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게 됐다.
이진숙 민주노동당 기획국장은 “이미 시행이 달라짐을 뻔히 아는 시가 늑장 통보해 주민들의 발을 묶었다”며 “늑장행정으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셔틀버스 대책은 없나
아산시에 따르면 인구 18만명 중 절반이 넘는 수가 아파트 거주 주민으로 버스가 적게 배차되는 읍?면거주 아파트 주민은 현재 4만2천7백7명으로 이중 14~15개 아파트 주민들이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중 아산시청에 알려진 것은 9대뿐이지만 자체적으로 이용하는 셔틀버스도 5~6대 정도로 추정된다.
대주, 장미, 샘마을, 부영 아파트 등 시 외곽에 위치, 하루에 서너차례의 시내버스가 들어와 셔틀버스가 없을 경우 출퇴근은 물론, 아이들 등?하교에도 큰 지장을 초래한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지난 6월30일 아산시청 홈페이지는 항의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움직이고 있는 셔틀버스는 모두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행할 수 있는 것은 아산시가 1개월간 운행중지를 유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 아산시지구당과 아파트자치연합회, 아파트 주민들은 아산시청에 「아파트 셔틀버스 운행중지에 대한 민관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민관의 협의를 통해 셔틀버스운행 유예기간인 1개월 동안 대신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길은 있다. 그러나?
운송수단을 합법적으로 운영하자면 몇가지 길은 있다.
현재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 73조 1항 2호에 의하면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로 시?도지사의 허가를 받으면 노선을 정하여 허가받은 경우 운행할 수 있다.
첫번째 방법은 지금처럼 셔틀버스를 움직이려면 자가용자동차 노선운행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제27조 2항 시행령에 의하면 접근이 극히 불편한 지역의 고객을 수송할 경우 운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럴 경우 노선운행 허가기간이 2년밖에 되지 않아 한시적으로 밖에 운영되지 않는다.
두번째는 마을버스 운송사업 등록을 내는 방법이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 대구, 인천시 등은 시내버스가 닿지 않거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에 적극 권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장이 정기 또는 수시로 교통수요를 조사해 도시철도나 노선버스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토록 하고 있다. 운행시간도 배차간격을 25분 이내가 되도록 하고 운행횟수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와 대구, 인천시의 경우는 고지대 마을, 벽지 마을, 아파트단지, 학교 등에 마을버스를 운영토록 하고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을 적극 발굴할 것을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 버스와 택시 운송사업 관련 업종의 영업권 침해 등으로 또다른 반발을 야기시킬 수 있어 민관협의회가 대화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