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목) 결혼식을 올린 정학근(왼쪽)·박성애씨 부부.
정학근, 박성애 부부(40·41·읍내동)
“결혼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랑하니까 결혼하죠.”
박성애(41·지체1급)은 지난 20일(목) 정학근씨(40·정신지체3급)를 신랑으로 맞았다.
둘 다 장애를 갖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결혼하게 됐냐고 물으니, 성애씨로서는 당연히 사랑을 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말할 수밖에. 기자의 우문에 성애씨의 현답이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성애씨와 학근씨는 선천적인 장애로 인해 어려서부터 많은 소외를 받고 자라났다. 그러다 시설에서 생활하게 됐고 우연히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둘은 사랑을 꽃 피우기 시작했다.
“힘이 좋구요. 착하고, 마음씨가 좋다”고 성애씨는 신랑 학근씨를 자랑한다. 항상 자상한 배려를 하는 학근씨의 고운 마음에 이끌려 성애씨는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지체장애가 심한 탓에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학근씨는 묵묵히 성애씨의 뒷바라지를 해주며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한다.
결혼식 일주일 전까지 그들은 생애 중 가장 바쁜 때를 보냈다고 한다. 성애씨는 웨딩드레스 고르고, 살림장만하고, 이웃과 친지에 알리느라 정신이 없었고, 학근씨는 그런 성애씨를 모시고 다니며 전화 받고 땀 닦아 주느라 바빴다.
이들이 이렇게 가정을 꾸미기까지는 사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천안복지를 열어가는 시민들의 모임’의 그룹홈에서 자립생활 훈련을 받고 둘은 3년 전 아산시 읍내동 주공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사 와서 아산시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단체,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예식 없이 둘이 살다가 이번에야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
평일이라 관광객의 발길도 적은 20일(목) 오전 12시 이들의 결혼식은 시작됐다. 몸이 불편한 탓에 휠체어를 타고 신랑을 맞이했지만 세상 어느 신부보다 환한 미소로 신랑을 맞고 있었다.
신랑 정학근씨도 그런 신부의 모습을 보며 “멋있고 예쁜 색시를 맞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신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냥 싱글벙글하는 사이 하객들의 박수소리도, 축포도 들리지 않는지 한동안 둘은 서로를 사랑스런 눈으로 응시한 채 손을 맞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성애씨는 “오늘처럼 행복하게 살게요. 불편한 몸이지만 서로 기대며 아름답게 살래요”하며 결혼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들 부부는 불편한 몸과 경제적 상황 때문에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지만 민속박물관과 현충사를 둘러보며 한때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이들 부부의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자원봉사자들과 내빈들의 박수갈채는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