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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를 위해 굶는 스승

등록일 2004년05월15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고재순/50·충남전교조 지부장 고재순 전교조 충남지부장은 충남도교육청 앞에서 벌써 열흘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제자들이 수업을 덜 받게 해달라는 것. 수업 덜 받으면 선생님이 편해지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의 눈초리를 보낼지 모르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이유에서다. 중학교만 진학하더라도 0교시 수업과 보충수업이 존재한다. 없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교육부의 방침을 어기고 여전히 시행중이다. 0교시 수업은 말 그대로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인 7시30분부터 시작되는 수업으로 학생들은 아침밥은 고사하고, 졸면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뿐이랴. 보충수업은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돼있지만 사실은 ‘강제성’을 띠고 있어 학생이 수업을 거부했다간 일부 선생님들의 질책을 받아야 한다. 고재순 지부장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끼니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서 등·하교하는 어린 제자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며 “그런 제자들을 조금이라도 쉬게 하고 싶어 단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창 먹고 자랄 나이에 충분한 수면은 커녕, 아침도 거르고 부족한 영양상태로 수업을 받는 아이들. 그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나선 것. 오동선 전교조 대변인은 “제대로 못 먹다 보니 쉬는 시간 불량식품과 간식으로 때우고 수업시간은 졸기 일쑤다. 이렇게 0교시 수업과 보충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전국 중 유일하게 고교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고 지부장은 지적한다. 비평준을 하다보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창 젊음의 꽃을 피워야 할 청소년들이 빛을 발하지 못한 채 학교에만 매여 산다는 게 고 지부장의 말. “노동자들도 하루 8시간 일하면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어린 학생들에게는 15시간 동안이나 공부하라는 도교육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의견이 관철될때까지 한 달이라도 좋으니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고 지부장은 다짐했다. 평소 채식을 즐겨하고 물을 자주 마셔 체력이 튼튼했지만 벌써 몸무게가 15kg 이상 줄고 손발이 떨려오는 등 심각한 단식 후유증을 보이고 있는 고 지부장. 가끔 도교육청 앞으로 풍겨오는 음식냄새에 견디기 어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음식 감각은 없고 머리만 총명해 진 채 도교육청의 무거운 대화의 빗장만 열리기를 고 지부장은 바라고 있다. 스승의 날인 오늘, 과연 고 지부장의 뜻이 이뤄질지, 더 단식을 해야 할지는 도교육청만이 아는 일이다.
주아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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