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학대로 등에 피멍이 가득한 아동의 모습.
방치되고 매 맞는 아이들 매년 증가추세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풍선,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는 꿈을 담기 좋은 날인 어린이날.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서서 우울한 어린이날을 보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충남아동학대예방센터는 갈수록 아이들에 대한 학대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폭력 및 가혹행위는 물론, 방임·방치로 이어지는 무관심과 무책임은 아동들이 보호받고 따듯한 생활 가운데 살아야 하는 미래의 주역이 아니라, 부모의 소유물이나 방관해도 되는 물건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학대받는 아동 갈수록 증가
“대가족일 때는 가정의 형성과 함께 부모와 형제자매들로부터 교육을 받지만 이기주의화된 핵가족 세대들이 다시 핵가족을 양산하면서 자녀에 대한 책임을 방관하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일룡 온주복지관장의 말이다.
또, 폭력이 상습적으로 이어지면서 죄책감이 없어져 아동들의 학대가 더욱 가혹해 지기도 한다.
현재 천안, 아산에 학대받는 아동은 02년 증가했다.
충남아동학대예방센터(소장 신범수·천안시 성정동)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로 센터에 신고된 건수는 2백14건. 이 가운데 1백16건이 아동학대로 판정됐다.
02년보다 53건 많은 31%가 증가한 것. 불과 4년전인 2000년에 11건인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증가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1백16건은 긴급개입이 요구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진현장 충남아동학대예방센터 팀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갈수록 신고가 늘고 있는 것도 신고증가요인이기는 하나, 아직도 많은 아동들이 학대를 받고 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는 실정으로 볼 때,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폭력 속 아이들
폭력 중 가장 큰 것은 신체학대. 아동학대는 발생 장소가 가정이다 보니 문제도 가정 안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설령 이웃이 눈치챈다해도 아직도 ‘남의 가정사’쯤으로 치부해 좀처럼 신고하지 않는 것.
신고를 받고 조사자가 집으로 방문하면 “내 자식 내가 때리는 데 무슨 상관이냐”며 되레 큰 소리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동학대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학대를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실정.
겨운(9?가명)이도 그런 아동 중 한 명이었다. 아버지의 폭음 뒤, 상습적인 구타로 우뇌손상과 타박상은 물론 심한 회상까지 입었다. 그날의 악몽 탓에 몇 번씩 자다 깨기도 하고, 아직도 성인남자만 보면 아버지처럼 무서워하고 있다.
선애(11?가명)도 어른에게 폭력을 입은 아이 중 하나로, 친인척에게 강제 성추행을 당해 소아정신병원 치료를 아직도 받고 있는 상태.
비록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믿고 있는 부모나 지인으로부터 신체적, 정신적, 성적학대를 받을 경우 성장발육은 물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행동, 과잉행동이나 자살 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아동에게 폭력보다 무서운 폭력은 버려두는 것이다. 혼자 있다는 외롭고 고독함을 넘어 정신적으로도 큰 충격상태가 오래가는 것이 아동의 방임이다.
얼마전 고양의 4살, 3살, 1살된 세남매가 어른들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발견된 사실은 사회를 경악시켰다.
그러나 그런 방임이 바로 옆집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실임을 충남아동학대예방센터는 충고하고 있다.
경제적인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부모들이 더 이상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고 방치해 두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알콜중독이나, 정신이상 등으로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도 최근 많이 발생되고 있다는 것.
충남아동학대예방센터 진현장 팀장은 “신체학대 같은 노골적인 아동학대는 줄고 있지만 무관심으로 대표되는 방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