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을 깎고 있는 김순건씨와 딸.
장승깎기 체험현장
이충무공 탄생을 기념하는 43회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가 열린 현충사 주차장은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행사장에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이번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축제 참가자가 직접 해 볼 수 있는 체험현장이었다.
특히 무대 뒤편에 마련된 여러 가지 전통거리 체험은 발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워, 일부 관람객들은 딴 곳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중 가장 인기를 끈 곳은 장승깎기 체험현장.
1m 정도 되는 나무에 장승을 세기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이다.
이 행사를 마련한 외암리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올 줄 몰랐다”며 “장승 깎을 나무토막을 가지러 주민들이 외암리에 몇 번씩 갔다왔다”며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장승은 액운을 몰아주고 마을을 수호하는 의미지만, 장승깎는 이들에게는 좀 더 다른 의미로 다가갔다.
“집에다가 장식해 놓으려고 한다”며 “여러 가지 체험을 많이 했지만,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체험이 있어 즐겁다”며 장승깎기에 몰두하는 이창해씨(33·공주시 서면).
“도장 파는 일을 하는데, 가족들이 솜씨 좀 한번 뽐내보라고 해서 평일에도 하기 싫은 파는 일을 또 한다”는 김순건(45 천안시 쌍용동)씨는 껄껄 웃어 보이며 장승을 깎았다.
외암리 주민들이 장승에 똑같은 그림을 그려줬지만, 깎는 사람에 따라 장승은 달리 표현돼서 작품으로 탄생됐다.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미소의 장승을 또 다른 사람은 근엄한 표정의 장승 등 깎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있었다.
이햇살(9)양은 “여기 와서 거북선 모형도 만들고 옛날 군사복도 입어보고 했다. 그중에서도 아빠가 장승깎고 있는 게 제일 재미있었다”며 “어리다고 조각칼을 못 만지게 해서 조각은 못했지만 다음에 더 커서 꼭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갔다.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자, 외암리 주민들은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많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장승을 깎고 난 나무잔해로 행사가 끝난 뒤에도 뒷정리를 하느라 오랫동안 수고해야만 했다.
“내년에도 또 한다구요. 해야죠 뭐. 아산시가 발전하는 일인데”하며 참가자들이 버리고 간 나무잔해들을 열심히 주워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