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경 훈/16·아산시 용화동
가정형편 어려워 폐휴지 모으기 시작
“장난삼아 모은 것이 대학 갈 만큼 됐어요”
원경훈군은 작년부터 모은 폐지와 고물로 근근히 생활하고 있는 소년 가장이다.
대학에 들어갈 만큼 고물을 모으는 것이 경훈군의 유일한 희망.
경훈이는 16살이지만 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중학교만 나온 뒤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엄마와 동생과 셋이 살았다. 엄마는 위암으로 수술을 받아 현재 회복단계에 있고 동생은 군산 친할머니 손에 맡겨져, 집에는 달랑 경훈이 혼자 남았다.
어머니 한경순(42)씨는 자신의 병세에도 아랑곳 않고 경훈이를 학교에 보내려고 했지만 학비는 고사하고 생활비 조달 마저도 힘든 실정이었다.
친할머니와 함께 군산에서 살던 경훈이는 1년 전 아산시로 이사왔다. 얼마전까지 삼촌과 함께 지냈지만 삼촌이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혼자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경훈이는 주유소 아르바이트, 편의점 직원, 신문배달 등 안 해본 게 없다. 그러다 좀 돈이 되는 것을 찾은 게 고물이었다. “편의점에 한 할아버지가 오셔서 포장지와 빈병을 가져가셨는데 하루에 얼마나 버시냐고 했더니 좋을 때는 1만원도 번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그깟 만원했지만, 생각해 보니 저는 그보다 많은 양을 모을 수 있겠더라구요”
그때부터 경훈이는 폐지는 물론, 빈병, 고철까지 안 모으는 게 없었다. 편의점 주인아저씨도 경훈이의 이런 부지런함을 보고 고물만 생기면 경훈이의 몫으로 남겨뒀다.
“첫날은 5백원도 안 되더라구요. 실망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한 10분도 안 주은 게 5백원이면 괜찮은 수입이겠다 싶어 한 달을 모으다 보니 어느덧 30만원이란 목돈이 생겼어요” 처음 생긴 목돈으로 mp3플레이어를 샀다. 남들은 이것으로 음악을 듣는데 그치지만, 경훈이는 이것으로 영어공부도 하고 교육방송도 들으며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요즘에는 고물 모으는 데도 이력이 생겼어요. 아파트에서 주워오기도 하고, 편의점 아저씨들한테 소문나다보니 편의점 아저씨들이 모아 주기도 하고, 처음에는 모으는 시간도 많이 걸렸고 파는 방법도 몰랐는데 이제는 익숙해요. 무엇보다 이거 모아서 빨리 대학가고 싶어요. 기능이라도 익혀서 엄마 병 낫게 해 드리고, 동생과 같이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경훈이.
그러나 경훈이는 “다른 사람 도움요? 필요하죠. 폐지나 빈병있으면 저 주세요. 그게 돕는 거예요”라며 밝게 웃는다. “그래도 전 행복한 사나이예요. 동생도 있고, 엄마도 있고, 언제든 가족을 볼 수 있잖아요” 가족들이 실망하지 않게 잘 살고 싶다는 게 경훈이의 꿈이다.
경훈이의 요즘 최대의 고민은 중학교 다닐때도 별로 좋은 성적은 아니었는데 대학에 어떻게 갈 지 걱정이란다.
“아픈 와중에서도 엄마는 항상 기도하고 참되게 살면 보상이 있을 거라 하셨어요. 저는 그말 무지 싫어했는데 요즘 기도하다 보면 꼭 그럴 것 같아서 힘이 나요. 무엇이든 걱정 안 하고, 잘 될 것이라 믿고 살래요”라고 말했다. 폐지가 잔뜩 쌓인 경훈이 집 뒤뜰에 어느덧 그의 꿈도 쌓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