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추진사업과 중복, 일부 공약은 ‘부도수표’우려
전용학 - 중앙언론 방송국 유치
강방식 - 동부지역 균형 개발
양승조 - 지역인재 할당제 실시
도병수 - 고속철 역기능 대책 마련
곽금미 - 시민단체활동 적극 지원
양승연 - 우리 글·말 세계에 수출
엄금자 - 사회복지제도 확립
후보자가 자신을 유권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간이 총 ‘14일’ 뿐이라면 믿겠는가. 이번 총선부터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 선거일전 1백20일 전부터 선거운동이 가능해졌지만 선거일 전 겨우 한 달 가량 남겨놓고 개정안이 확정돼 아쉬움을 던져준다.
파격적인 개정으로 돈 안드는 선거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지만 정책, 인물자질 대결은 실종됐다. 탄핵정국이 선거판의 주요 판단기준이 됐고, 정당 대표자 말 한마디에 큰 폭의 등락율을 보이는 ‘표심’은 미숙한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아직 늦지 않았다. 후보자와 측근들의 고심으로 만들어낸 ‘공약사항’이 유권자에게 좋은 검증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만 살펴보면 사탕발림 공약인지, 철저한 연구에서 나온 진실공약인지를 엿볼 수 있다.
표 의식한 지역공약에 승부
전용학(한나라당) 후보는 일체의 공약을 ‘천안지역’에 국한했다. 국회의원은 국민대표자로 입법활동과 국가 전체를 상대로 한 의정활동에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때에 지역구 중심공약은 다분히 ‘표’를 의식한 것으로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오직 천안의 개혁과 성장을 위한다는 명목을 달고 10대 공약을 내놓았다. 동부지역에 세계적 테마파크와 국가공단 및 대기업 본사, 중앙언론 방송국 등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천안시 계획에도 언급된 적 없는 밑그림이다.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해당 주민에겐 무엇보다 달콤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청수지구 내 교육청 신청사와 종합복지타운 건립도 주장했지만 시행정이 추진중인 계획이다. 또 동부경찰서 신설은 50만 인구를 넘어섰을때 추가 경찰서를 둘 수 있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외 문화예술 전당 및 생활체육공원(삼용·청당) 조성, 천안민자역사, 외곽 순환 고속화도로, 남부터미널 조기건설 등도 이미 시행정에서 검토, 추진중에 있는 내용들이다.
이같은 지역공약은 양승조(열린우리당) 후보도 마찬가지. 지역적 사안으로 국한한 총 27개 공약을 쏟아내며 ‘제2 서울’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수도권 전철의 남부역 신설, 천안·아산 통합도시 추진이 새로우며 지역인재할당제, 체육·생태공원 건립, 남부터미널, 외곽도로 개설, 교육·사회복지시설 확충 등은 전용학 후보 공약과 닮았다. 이외 그의 고향인 풍세·광덕을 통과하는 천안-아산 시내버스 노선, 천안-공주 연결도로 개통과 국민관광단지 조성, 청소년 문화센터 건립, 안서동 대학로 신설, 광역 상수도 사업 등 다분히 지엽적인 공약으로 주민 마음을 현혹하는 수단으로 보인다.
이들 두 후보는 오히려 시장공약에 가까운 내용과, 시행정이 추진중인 내용 또는 국회의원이 내걸 공약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국가와 지역 ‘섞어찌개’
국가와 지역구를 적절히 분배한 공약을 내걸은 이도 있다.
도병수(자민련) 후보는 신행정수도 이전을 필두로 정치 생산성 제고, 국민소환제·국고환수제 도입, 재난·재해 관리체계 강화, 청년 일자리 창출, 농촌 살리기, 교육의 국가경쟁력, 노인복지정책 확대, 여성 사회진출 강화 등을 내걸었다.
지역적으로는 천안·아산 통합, 동부지역을 기업도시로 유치, 첨단 하이테크 정보산업 육성, 지역경제 기반 조성, 문화도시, 대중교통망 체계 구축, 태릉선수촌 유치, 고속철 역기능 대책 마련 등을 공약했다.
낡은 정치의 전형을 ‘철새정치’로 보고 충절의 고장에서 정당을 기웃거린 정치철새는 떠나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충청은 자민련, 천안은 도병수’를 강조, 낡은 정치 산물인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강방식(민주당) 후보는 포괄적 개념에서 접근했다. 평화통일, 안전·복지국가, 정치개혁 등의 기치를 내걸었다. 지역과 관련해선 신행정수도 건설, 충청권의 산업기지화를 비롯해 광역도시 추진, 도청 충남권(천안) 이전, 동부지역 균형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릇적어 내용물도 간단
8쪽에서 4쪽 분량의 책자형 소형인쇄물에 비용부담 때문에 ‘2쪽’ 인쇄물로 만족해야 하는 군소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의 공약사항은 그 양 만큼이나 간단히 명기됐다.
녹색정치를 주장하는 곽금미(녹색사민당) 후보는 ‘아름다운 천안시 만들기’란 주제로 녹색환경도시, 교육·예술 문화시설 적극지원, 보건복지시설 확대, 외곽지역 수시운행과 연장, 시민단체활동 적극지원, 농업과 영세업자·서민·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보장제도 추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양승연(무소속) 후보는 공장설립으로 일자리 창출과 우리 글과 말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수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엄금자(무소속) 후보는 깨끗한 정치·건강한 국가 만들기를 우선 전제로, 서민 위한 경제정책수립, 천안지역 정서와 고유한 문화·전통 보급, 건전한 교육환경 및 인재양성, 여성·노인·장애자를 위한 사회복지제도 확립을 외쳤다. 특히 엄 후보는 여성의 의식향상과 사회활동 확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