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진 | 49·천안공원묘원 전무
매장도 15년으로 한정한 개정 장사법, 화장은 새로운 장묘문화
3년에 한 번 찾아오는 윤년(윤달)을 맞았다. 윤달은 보통 일수가 짧은 2월(음력)로 잡는데 올해는 3월21일부터 4월18일까지가 윤달이다. 사람들은 윤달을 ‘손 없는 달’로 평소 할 수 없던 궂은 일들을 많이 했다. 특히 묘를 이장하거나 화장하는 일은 ‘윤달 특수’ 중 한가지.
서울시설관리공단 장묘사업소의 경우 최근 무덤에 있던 유골을 꺼내 다시 화장하는 개장유골 화장이 2.5건에서 40건으로 증가했다. 윤달 첫 날인 3월21일에는 인천·수원·성남 등 수도권 3곳의 개장 화장신청이 북새통을 이뤘고 화장 예약도 1시간 이내에 마감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천안시립묘지는 99년 1백25기가 매장되다 점차 줄어 최근 60여건 안팎에 머물고 있다. 개장도 20여건에 머물렀지만 올해 현재 32건이 개장해 예년의 1년치를 넘어서고 있다. 윤달이 낀 2001년 46건보다 높은 개장에 시는 시립묘지 이전 얘기가 돌며 좀 더 느는 것으로 분석했다.
2001년 장사법이 개정되며 장묘문화도 바뀌어 가는 요즘 천안공원묘원의 김기진 전무를 통해 장묘문화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이곳에도 윤달 특수가 있나
-아무래도 윤달이다 보니 찾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 매장이며 더러 이장도 있다. 오늘(4월5일·한식)같은 날은 전 직원이 비상근무 체제다. 직원들이야 가족과 나무라도 심으며 쉬고 싶겠지만 묘지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
▶최근 국내 화장률이 40%를 넘어서고 있는데
-장사법 개정 전에 23%에 불과하던 것이 이후 40%를 넘어서고 있는 건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개정 전의 23%가 거의 행려병자나 사고사망자, 어린아이, 시설수용자 등이 차지해 정상적인 의식에서 비롯된 화장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들은 납골이 안치되기보다 강물이나 공기중에 뿌려져 납골묘는 ‘제로’에 가까웠다. 현재 40%라는 것은 실제 20% 안팎에서 화장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장사법 개정이 매장문화에서 납골문화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는데
-인구에 비해 땅만 널찍하다면 굳이 장묘의 변화가 필요없을 것이다. 하지만 협소한 국토에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매장묘로 산림이 황폐화되고 산림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어 실정에 맞는 납골문화가 등장한 것이다. 우리나라 형편에 바람직한 장묘문화라 본다.
▶납골묘를 했을 때 좋은점이 뭔가
-먼저 매장묘가 차지하는 면적의 20%에서, 또 매장묘 1기면 납골묘는 보통 20위 정도 안치가 가능하다. 한 개 야산에 몇몇 매장묘가 차지하는 것과는 달리 천안공원묘원처럼 집단화한 납골묘는 효율성에도 차이가 크다.
▶납골묘(납골당)가 활성화되기 위해 선행돼야 할 문제는 없는가
-납골묘야 언제든 공급될 수 있지만 납골과정의 화장시설이 미리 준비돼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직 혐오시설이라 해서 시설을 갖추기까지 몇 년, 때로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재 천안 인근이라면 홍성과 수원, 대전인데 이용불편이 큰 것으로 안다. 수요 예측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면 주민의식도 더불어 납골문화로 전환하는데 빠를 것이다.
▶납골문화에 대한 주민의식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안다
-유교문화가 깊숙이 뿌리박힌 우리나라는 아직 화장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한번은 부모는 화장해 달라는데 자식이 못한다고 하는 것을 봤다. 자식은 살아있을 때 못한 효도를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하려고 하는 것이 우리 민족의 정서다. 따라서 정부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언론에서도 납골문화의 좋은 점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자연장이나 수목장, 나무무덤 등 환경친화적인 장법들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묘지를 통해 아직도 문중이나 개인의 명예욕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맞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모범이 돼야 한다. 매스컴에서도 화려한 매장묘에 대해 불·합법 여부만을 들먹이지 말고 ‘모범여부’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 최종현 회장이나 한 나라의 국가원수인 등소평의 화장으로 납골묘에 대한 인식이 높은 상승세를 나타낸 것은 영향력이 큰 지도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